이자율 급락에도 매물 부족으로 거래는‘제자리’

대출기관에 적극 문의하며 재융자 시장만 들썩


모기지 이자율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주택 거래가 부진했던 주택 시장에는 가뭄에 단 비 같은 소식이다. 이자율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아 주춤했던 주택 수요가 기지개를 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자율 하락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부문은 재융자 시장이다. 이자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마치 기다렸는 듯 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기대가 높은 주택 거래는 이자율 하락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CNN과 US 투데이가 모기지 이자율 하락 뒤 나타난 주택 시장의 반응을 알아봤다.



▲이자율 3년래 최저 수준

모기지 이자율이 수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낮은 실업률을 앞세운 경제 여건 역시 탄탄대로다. 주택 시장이 다시 활황기로 접어들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지만 활황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CNN이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약 4.01%(대출 한도 48만 4,350달러 미만)로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 한도가 높은 점보 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 역시 약 3.96%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연방 준비 제도’(Fed)가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모기지 이자율의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기준 금리 인하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모기지 이자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모기지 이자율 하락뿐만 아니라 미국 실업률은 현재 5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두둑해진 가계부 덕택에 소비자 지출도 가파른 증가세다. 이처럼 주택 거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지만 주택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난 6월 재판매 주택 거래는 전달 대비 약 1.7%, 전년 동기 대비로는 약 2.2%나 감소한 바 있다.

▲이자율보다는 집값이 떨어져야

주택 거래가 살아나려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야 주택 구입자들의 본격적인 구입 활동이 시작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셀러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S&P/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지난 7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보다 약 3배나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라고 지적하며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주택 가격이 주택 구입자들의 구입 능력을 넘어선 것이 현재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택 수요가 가라앉으면 셀러들은 집을 빨리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현재 이 같은 현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입할 만한 집이 없다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셀러들의 자신감 뒤에는 매물 부족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 이후 급격히 줄어든 신규 주택 공급량은 약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주택은 물론 집을 내놓는 셀러마저 점차 줄고 있어 큰 폭의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는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가뜩이나 오른 건축 자재비가 최근 더 뛰고 있고 건설 인력난 등으로 인해 중소규모 주택 건설 업체 중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상당수로 신규 주택 공급 문제가 조만간에 해결되기 힘들 전망이다.

주택 소유주 대상 세제 혜택 축소에 따른 영향도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세제 개혁으로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는 75만 달러로, 재산세 및 지방세 공제는 1만 달러로 각각 축소됐다. 세제 개혁 시행 뒤 재산세와 지방세율이 높은 지역의 주택 구입 수요는 이미 위축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 하락이 단기적인 주택 거래 회복에 긍정적이지만 회복세가 이어지려면 주택 공급 증가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재융자 시장만 들썩

USA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주택 구입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 달리 재융자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이자율이 급락하자 심지어 최근 주택 구입자들도 재융자 실시로 인한 득실을 따져보기 위해 대출 기관을 상대로 적극적인 문의에 나서고 있다. MBA에 따르면 재융자에 많이 사용되는 15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약 3.37%로 201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준의 기준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도 추가 하락할 전망으로 주택 보유자들의 재융자 신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MBA의 집계에 따르면 8월 둘째주 재융자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약 12%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약 116%나 급등했다. 밀워키 소재 아메리칸 피델리티 모기지 서비스의 존 스턴스 융자 중개인은 모기지 이자율 하락 직후 재융자 신청이 3건이나 한꺼번에 접수됐다고 한다. 이중 20년 만기 모기지 대출을 받아 4년간 대출을 상환해 온 한 주택 소유주는 다시 20년 만기로 재융자하면서 모기지 보험을 제외해 월 약 105달러를 절약했다. 또 다른 주택 소유주 역시 20년 만기 대출 보유자로 17년 남은 상환기간을 재융자를 통해 15년으로 단축시켰다고 한다. ▲주택 구입 목적 대출 신청은 오히려 감소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주택 구입 능력이 대폭 개선됐지만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뉴 아메리칸 펀딩의 스콧 쉘든 매니저에 따르면 올해 초 융자 사전 승인을 받은 주택 구입자의 대출 승인 한도가 현재 더욱 높아져 높은 금액의 주택 구입이 가능해졌다. 쉘든 매니저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이자율이 약 1% 포인트 떨어져 주택 구입자들의 구입 능력이 약 3만 5,000달러 ~약 4만 달러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US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구입자들이 많다. 아무리 낮은 이자율에 융자 사전 승인을 받아도 정작 구입할 만한 매물을 찾지 못해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만 늘고 있다. US 투데이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주택 구입 목적을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약 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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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주택 공급 증가로 매물이 늘고 집값이 떨어져야 주택 거래가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