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 남단 골든게이트… 울창한 숲·잔디밭 공원

‘소살리토’해변 카페서 마주 보는 풍경 일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다리 가운데 하나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그저 아름다운 교량이 아니다. 금문교를 떠올리면 가슴까지 설렌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입구 남북을 잇는 빨간색 현수교 다리는 한때해방을 꿈꾸게 하는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금문교가 그토록 환상적으로 다가오는 이면에는 배경의 힘이 컸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모든 선박은 금문교 아래를 통과한다. 마찬가지로 태평양으로 머나 먼 항해를 떠나는 배들도 빠짐없이 금문교에 인사를 전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은 미지의 땅을 그리는 여행자를 유혹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기나긴 여정에 지친 곤고한 영혼이 닻을 내릴 마지막 항구다. 금문교는 이 모두를 지켜보며 축복의 미소를 보낸다.

샌프란시스코와 태평양이 있기에 금문교는 비로소 아름답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현기증’ (Vertigo)에서 금문교는 남녀 주인공을 이어주는 결정적인 장소가 된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전직 형사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는 마들레인(킴 노박)을 미행하다 바로 금문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그녀를 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던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는 사랑의 메신저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문교에는 자살에 얽힌 부끄러운 기록도 적지 않다. 마들레인이생명을 마감하려고 선택한 장소가 금문교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금문교는 지금도 세계에서 자살사건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다리다. 오명의 1위는 중국 난징의 양쯔강 다리다.

바다 표면에서 다리까지 높이는245피트(75미터), 떨어지는데 걸리는시간은 약 4초, 추락속도는 시속 75마일(120킬로미터)이다. 자살자의 95%가 물에 닿는 순간 충격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익사하거나 차가운 해수의 쇼크로 목숨을 잃게 된다.

지금도 금문교에는 긴급 상담을 권유하는 자살방지 게시판이 걸려 있다. ‘희망은 있습니다. 전화하세요. 이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문교를 찾는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사람 치고 금문교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사진에서 금문교는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 한쪽으로 겨우 일부분을 보여줄 뿐이다. 다리 위에서는 정작 다리를 제대로 볼 수없다는 단순한 사실 탓이다.

물론 유람선을 타면 금문교의 장엄한 자태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숨겨진 포인트가 따로 있다. 구태여 배를 타지 않아도 한 눈에 금문교가 들어오는 인증 샷을 남길 수 있다.

여기에 숨이 막힐 정도의 경치와 가슴을 뛰게 하는 분위기까지 덤으로 맛볼 수 있다.

금문교의 남단에는 골든게이트 국립공원 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군사기지였던 샌프란시스코 요새(Presidio of San Francisco)가 공원으로 변해 울창한 숲과 금문교가 내려다보이는 비경을 선사한다. 엄청난 규모의 잔디밭 연병장과 붉은 벽돌집 막사가 지금도 즐비하다.

여기에 첫 번째 히든 포인트가 있다. 이곳에 터를 잡은 버거킹은 바다 쪽 벽면을 유리로 설치해 샌프란시스코 베이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바로 금문교가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1달러짜리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금문교를 가만히 바라보라. 사람도 별로 없어 한적한 공기 속에서 시간은 잊혀지고 머릿속은 깨끗이 비워진다. 금문교조차 마냥 조용하게 서 있을 뿐이다.

공원 서쪽에는 베이커 비치(Baker Beach)가 숨어 있다. 꼬불꼬불 숲 사이로 길을 찾아가야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걱정할 일도 아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래 위에 발을 디디는 찰나 오른쪽으로 눈을 돌린다. 백사장과 바다와 어울려 홀연히 금문교가 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바로 저 만치에서 화물선이 오가며 금문교 아래를 지나친다. 파도가 들락거리고 검은 바위가 솟아오른 사이로 금문교가 장엄하게 우뚝 서 있다.

해변에는 인적도 많지 않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나 개와 산책을 즐기는 주민이 전부다. 이곳은 사진작가들에게는 아름아름 알려진 금문교 촬영의 베스트 플레이스다.

홍콩 배우 장만옥과 여명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소살리토’ (Sosalito)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엘렌(장만옥)은 화가다. 그녀의 꿈은 소살리토로 이사 가는 것이다. 벽에다 소살리토의 이런저런 모습을 그리는 게 유일한 재밋거리일 정도다. 그래서 영화제목도 소살리토다. 그녀에게 소살리토는 피곤한 현실을 벗어나 안식을 찾을 이상향의 피난처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북쪽으로 달리면 얼마 못가 소살리토가 나온다. 북가주 ‘와인 카운티’로 불리는 나파밸리가 멀지 않다. 영화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커다란 와이너리에 살고 있다. 그의 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데뷔작 ‘로스트 인 트렌슬레이션’에서 나오는 밴드의 이름이 소살리토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문교가 세워지기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와 소살리토 사이를 오가는 페리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지금도 배는 오간다.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직장을 둔 주민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소살리토에 즐비한 해변 카페에서 마주 보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광경도 일품이다. 베이 건너편 마천루 빌딩들과 오클랜드를 잇는 이층 다리가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하얀 요트와 관광선, 화물선, 군함까지 등장해 완벽한 한 컷을 완성한다.

근처에는 유명한 해상가옥 마을이 있다. 조그만 샤핑몰에 위치한 식당에서 오믈릿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 하우스’를 둘러본다. 이른 아침 보트 하우스들 사이로 유리처럼 잔잔한 물 위를 가로질러 가던 카약 한 척을 봤다. 배에 탄 사람도 평화를 만끽하는 중이었지만 그저 바라보는 사람의 망막에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각인됐다.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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