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쯤 필자와 딸은 필자의 어머니의 사망으로 큰 슬픔을 겪었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털북숭이 강아지 ‘플러피’(Fluffy)를 얻게 됐고 그 뒤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플러피와 함께 놀고 기저귀를 갈며 정신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은 슬픔 중에 플러피는 우리를 웃게 했고 그러면서 차차 슬픔은 희미해져가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수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플러피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연말에는 연말 분위기가 나는 스웨터로 갈아입혀주고 생일날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때로 고양이 밥그릇에서 몰래 음식을 먹을 때는 혼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플러피와의 산책 시간이 점점 주는 대신 플러피의 낮잠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 결국 플러피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플러피가 죽어야 한다면 플러피가 제일 좋아하는 베개에서 잠을 자다가 아무 고통 없이 그대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애완동물의 자연사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가족처럼 우리의 삶과 깊숙이 관계된 애완동물이 안락사보다는 자연사로 세상을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 수의사는 애완견의 마지막 삶은 우리의 기대처럼 그다지 평온하지는 않다는 말로 충고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바라는 자연사는 애완동물에게는 오히려 고통의 연속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수의사의 설명이었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은 사람보다 고통에 대한 참을성이 강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뿐이다. 

허모사비치 소재 앨리스 비아로보스 수의 종양학 박사는 “자연사의 참 의미를 모르면서 애완동물의 자연사를 바라는 주인이 많다”라며 “노쇠한 애완 동물들은 자연 상태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비아로보스 박사는 또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은 ‘숲’(자연)으로 돌아가 죽을 때를 기다리는 ‘자유’를 상실한다”라며 “포식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자연의 방식을 따르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장수’를 누린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비아로보스 박사는 말기 환자를 간호하는 호스피스처럼 애완동물의 말기를 돌보는 ‘포스피스’(Pawspic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포스피스란 이름이 지어진 것은 애완동물 말기 간호가 호스피스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포스피스 프로그램은 말기 애완동물의 삶을 단순히 연장시켜주는 것보다는 마지막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목표다. 암에 걸린 애완동물의 경우 수분 섭취와 산소 공급, 진통제 치료와 같은 ‘보조 치료’(Supportive Care) 위주의 간호가 실시되고 병세가 악화되면 먹이를 직접 먹여주는 등 애완동물의 ‘웰 다잉’(Well Death) 권리를 지켜주자는 것이 포스피스의 내용이다. 

비아로보스 박사는 마지막 순간에는 애완동물이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주인이 곁에서 함께하는 ‘유대감 안락사’(Bond-Centered Euthanasia)를 권장한다. 유대감 안락사는 일반적인 안락사 과정과 달리 약물 투입 전 수면제를 먼저 투입해 애완동물을 고통을 최소화하는 ‘안락사’(Sedation Euthanasia) 방식으로 실시된다.

비아로보스 박사는 주인이 말기 애완 동물의 안락사 결정을 돕기 위한 질문법을 개발했다. 총 7개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법은 각 질문의 첫 알파벳 글자를 따서 ‘5H2M’ 질문법이라고도 불린다. 각 질문은 0점부터 10점까지의 결과로 답변할 수 있고 총점 결과에 따라 애완동물과 작별을 결정할 수 있다. (도표 참고)

비아로보스 박사는 주인들은 수의사와 각 질문 항목과 관련, 애완동물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상의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주인들이 애완동물의 마지막 삶을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최종 점수 35점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질문법의 목표다. 35점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인이 애완동물의 안락사를 고려해야 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비아로보스 박사는 “애완동물의 자연사는 생각처럼 쉽고 평온하지 않다”라며 “평온한 마지막을 원한다면 자연에서처럼 사람과의 분리를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플러피의 마지막을 앞두고 알게 된 것이 애완동물 안락사 결정을 돕는 비아로보스 박사의 질문법이었다. 플러피는 아침에 일어나서 비틀거릴 때가 많았고 밤에는 마치 사람이 훌쩍 거리듯 낑낑대는 날도 잦아졌다. ‘베티드닷컴’(Vetted.com)과 ‘인스타벳닷컴’(Instavet.com)과 같은 온라인 애완동물 서비스를 통한 자문에서도 플러피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너무 노쇠한 플러피의 신장과 간 기능 이상으로 합병증이 심해져 이미 정밀 검사 시기도 놓쳤다는 진단이었다. 집을 방문한 한 수의사는 수분 공급을 위해 ‘피하 수액’(Subcutaneous Fluids)를 처방하며 얼마 남지 않은 플러피의 마지막까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충고까지 전했다.  

비아로보스 박사의 질문법을 다시 확인한 결과 수의사의 충고가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충고대로 플러피와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플러피의 평온한 마지막 길을 위해 질문법의 충고를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플러피가 가장 좋아하던 베개에서 편안하게 잠들도록 해줄 수 있는 옳은 결정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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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결정이 죽음을 앞둔 애완 동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