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 당해 잔혹 피살된 흑인

수천명 명단 기둥에 새겨

미국의 어두운 역사 조명

유혈행위 고발·반성의 현장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한 거리, 

별 특징 없는 갈색 빌딩 안에 앨라배마 주 

사면 및 집행유예 위원회 사무실이 있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반성하며 갱생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곳에서 몇 야드만 더 올라가면 또 다른 

종류의 재활 센터가 있다. 죄를 짓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은 한 나라의 갱생을 위한 곳이다.

지난 26일 앨라배마 주 의사당이 내려다보이는 6 에이커 부지에 세워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전국 기념관(The National emorial for Peace and Justice)은 미 백인우월주의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이 기념관은 이 나라에서 심판당하지 않은 

잔혹행위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수 십 년 동안의 인종 테러로 수 천 명의 

흑인들이 린치당한 잔혹행위다.


기념관의 중앙은 암울한 분위기의 긴 회랑이다. 바닥에 박힌 것이 아니라 지붕에서 늘어져 줄지어 있는 800개의 철제기둥 하나하나엔 린치가 행해진 카운티와 린치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무명(unknown)’이라고 새겨졌다. 처음에 회랑에 들어서면 기둥들은 눈높이에 매달려 있다. 

당시의 대부분 희생자들에겐 언감생심 허용되지 않았던 묘비들처럼. 그러나 계속 걸어 들어가면 회랑의 바닥은 점점 낮아져 기둥들은 한 참 위쪽에 매달려 있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마치 당시의 공공연했던 린치 현장 사진에서 보았던 냉담한 방관자들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당시 린치의 참상은 회랑에 적힌 짤막한 개개인의 상황과 연결시켜보면 더욱 끔찍해진다:

- 1922년 팍스 뱅크스는 백인 여자 사진을 가졌다는 이유로 미시시피에서 살해당했다.

- 1894년 칼렙 개들리는 백인 고용주의 아내 뒤를 걸어갔다는 이유로 켄터키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 남편이 광란의 백인 폭도들에게 린치당한 것을 비난했던 메리 터너는 거꾸로 매달려져 불에 태워졌다. 잔혹행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임산부였던 터너의 배를 갈라 태아를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전무후무한 잔혹행위였다. 그것이 포인트다.

“그냥 이 모든 희생자들의 이름을 보라는 것”이라고 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온 인권변호사브라이언 스티븐슨은 건립 취지를 설명한다. 비영리기관 ‘평등 정의 계획(Equal Justice Initiative)’의 창립자인 그는 희생자 상당수의 이름은 알려진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슨과 몇몇 변호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남부 전역의 인종테러 린치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기록보관소와 카운티 도서관들을 뒤졌다. 그들이 남아있는 기록을 근거해 목록으로 작성한 희생자 수는 거의 4,400명에 달한다.

스티븐슨 변호사는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요하네스버그의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 기념관을 보고 끔찍한 유혈 행위를 고발하고 경종을 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기념관 설립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증조부가 버지니아 주에서 노예이기도 했지만 스티븐스의 기념관 설립을 결심케 한 것은 앨라배마 법정에서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일하며 여전히 흑인에 대해 잔인하고 냉담한 형법제도를 목격하면서였다. 그의 ‘평등 정의 계획’은 백인 배심원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28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한 흑인의 케이스를 맡아 16년간 법정 투쟁 끝에 승리, 그에게 자유를 찾아주기도 했다.

기념관 가까이에 함께 개관한 박물관 ‘레거시 뮤지엄 : 노예제도에서 집단 감금까지’에는 인종차별 역사 기록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관람을 끝내고 나가는 출구 옆엔 유권자 등록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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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우월주의 사회에서 고통당한 흑인 희생자들을 추모는 ‘평화와 정의 위한 기념관’이 26일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개관했다. 뒤쪽으로 보이는 기념관 지붕에 매달린 800개의 철제 기둥들에는 린치당해 목숨 잃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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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 장소들에서 파온 흙이 담긴 항아리들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래사진 기념관에 세워진 조각 ‘일어나라’ - 행크 토머스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