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즉 음악을 느끼는 장벽을 일부 낮춰준 데 눈물을 흘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깊어진 인종·계층 갈등의 골도 메웠다. 인터넷에 접속해 음악을 스트리밍(재생)하는 시대, 연간 CD 판매량 5,000만 장 돌파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①약자와의 소통 ②팬데믹 속 공존 ③얼어붙은 음악산업의 새 땔감이 된 CD, 그룹 방탄소년단이 신곡 ‘퍼미션 투 댄스’로 국제 사회에 환기한 세 가지 변화다.

 

“청각장애 삼촌이, 자폐 아들이” 수화 안무의 변화

 

필리핀에 산다는 대학생 오르줄라씨는 지난 7일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화상으로 만난 친구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돼 이유를 묻자 친구는 “평생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수화로 된 방탄소년단 춤을 보고 내가 특별하고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인 친구가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 나온 ‘걷다’ ‘즐겁다’ ‘춤을 추다’ 평화’ 등을 뜻하는 여러 수어 동작을 보고 뭉클해 오르줄라씨에게 연락한 것이다. 오르줄라씨는 12일 본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나눈 인터뷰에서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를 보고 5년째 알고 지낸 청각장애인 친구가 생각나 영상 링크를 보내줬다”며 “굉장히 내성적인 친구인데 뮤직비디오를 본 뒤 화상으로 만나 채팅하는 동안에 ‘너무 행복하다’고 해 나도 기뻤다”고 했다.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란 뜻의 영어 “위 돈 니드 퍼미션 투 댄스”라고 반복해 노래한다. 영국의 장애인 자선단체 스코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10명 중 7명(67%)은 장애인과 대화하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소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탓이 컸다. 방탄소년단은 수화를 활용한 안무를 곳곳에 심어 이 소통의 공포를 부순다. SNS엔 ‘삼촌이 청각장애인이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내게 ‘방탄소년단이 평화롭고 즐겁게 춤을 추라’고 수화로 말하고 있다고 알려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했다’(lU****), ‘네 살 된 아들이 자폐아다. 청각장애는 아니지만, 치료 목적으로 수화를 배우고 있다. 아들에게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더니, 영상 속 ‘춤’이란 수화를 흉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ra****) 등의 글을 비롯해 청각장애인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팬데믹 혐오 넘어... “세계 투어하는 꿈 자주 꿔”

 

‘퍼미션 투 댄스’의 화두는 공존이다. 뮤직비디오에선 피부색, 택배 청소 사무 등 직업 그리고 나이 등이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어깨동무를 한 채 춤을 춘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고 다 같이 즐기자는 의미의 연출이다.

 

방탄소년단이 ‘라이프 고스 온’(2020)에서 바란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바람은 ‘퍼미션 투 댄스’에서 이뤄진다. 뮤직비디오 끝 부분에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춘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슈가는 ‘2022년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 안녕 코로나19’란 문구가 1면에 적힌 신문을 읽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진 상황에서의 희망가라 더 울컥한다는 반응이다. SNS로 만난 인도에 사는 ‘아미’(sw*****)는 “지금 여기는 팬데믹 상황이 심각한데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위안을 받았고 울컥하기도 했다”고 했다. 슈가는 앨범 속지에 “요즘 세계 투어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적었다. 경쾌한 댄스곡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그리고 ‘퍼미션 투 댄스’는 팬데믹으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시리즈곡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팝 밴드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팝송(영어곡)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평했다.

 

CD 판매 5,000만 장 이변의 신호탄

 

‘퍼미션 투 댄스’는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이 작곡했다. 시런의 히트곡 ‘셰이프 오브 유’처럼 곡 시작 부분 ‘둥둥’거리는 경쾌한 비트로 시작해 감미로운 멜로디로 귀를 달랜다. 영국 가수 엘튼 존은 SNS에 “모든 게 잘되고 있을 때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를 따라부른다”고 적었다.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을 때 엘튼 존의 노래를 따라 부르자’는 방탄소년단 노랫말을 패러디해 관심을 보인 것이다. 미국 빌보드 주요 인기곡 차트인 ‘핫100’에서 7주 정상을 차지한 ‘버터’에 이어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로 바통 터치를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퍼미션 투 댄스’가 ‘핫100’ 정상에 오르면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곡으로 연달아 1위를 이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퍼미션 투 댄스’ 등이 실린 ‘버터’ 싱글 CD는 9일 발매됐다. 하루 만에 200만 장이 팔렸다. 방탄소년단이 새 CD를 발매하면서 음반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CD 판매량은 2,400만 장을 훌쩍 넘어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지난 1~5월 CD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0만 장 증가했다”며 “주요 그룹의 CD 발매는 주로 하반기에 이뤄지고, 방탄소년단이 추가로 정규 CD를 낸다면 올해 5,000만 장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 CD 판매량이 5,000만 장을 돌파하면 CD 판매량을 공식 집계한 2011년 이후 최고 기록이 된다. 단순하게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시민 1명이 올해 1장의 CD를 구매한 꼴이다. 방탄소년단이 이끄는 K팝 한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CD 시장을 성대하게 부활시킨 것이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