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부활, 아침, 이 낱말 들에는 기대와 꿈, 기쁨, 도약, 등불 같은 실현을 부여하는 어감과 느낌의 말 맛을 남긴다. 만상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봄날에 주님의 부활은 기쁨과 생명과 성장, 전진의 장엄한 나팔 소리 같은 약진의 뉘앙스가 전해진다. 부활의 새아침은 땅에 묻혀 있는 생명에겐 새 생명을 안겨주고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빛과 밝음으로 소망의 길로 인도해 낸다. 사순절을 보내고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종려 주일을 기념하며 끝없는 사랑으로 인간의 죄업을 풀기 위한 구원의 길을 계획하시사 대속 희생을 감당하시기 위해 고난의 십자가를 지시고 처절한 고통을 감당해 내심을 기림 하는 고난 주간을 보내면서 우리를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신 은혜와 사랑을 다시금 감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2000년 전 부활절 아침 새벽 풍경은 어둡고 쓸쓸하고 적막한 두려움이 가득 한 혼란과 비감, 슬픔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우리 이민자들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풍경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곁에 계셨어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임을 인정하게 된다. 마치 성 금 요일,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도 배가 고프면 밥을 찾게 되는 연약한 존재임을 통회할 수밖에 없음도 시인하게 된다.
세번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를 바라 본 주님의 눈 빛을 기억하려 한다. 원망과 책망 받아야 마땅할 우리를 주님께서는 연민의 눈 빛으로 바라보고 계심을 잊지 않아야 할 터인데.
주님의 눈 빛으로 이웃을 바라보자고 다짐하고 기도하지만 불량아 같은 자아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남을 반복하는 어쩔 수 없는 인생임을 되풀이되는 고백으로 번번히 드리게 되는 미욱함을 언제까지 범할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 감사한 것은 황혼이 기울고 사방 이 어둑 해지는 저녁이 왔음에도 돌아갈 처소가 없는 고아가 아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 갈 수 있는, 주님께서 택하신 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주님의 구원의 은총을 믿기만 하면 주님 기다리시는 아름다운 곳으로 죽음에서 부활이라는 영원한 삶이 보장되는 주님 곁으로 옮겨 가는 참된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주님의 자녀가 아닌가.
새벽 여명을 밝히는 아스라한 새벽 별을 보며 구원의 기쁨과 감사와 은혜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예수님께서는 가시 관을 쓰시고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눈을 감으셨지만,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모든 인류의 죄를 위함 이셨기에 죽음과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생명의 길을 열어 주시었다. 참 평화와 진정한 자유 함을 누리도록 진리를 선포해 주신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는 부활의 아침에 옷깃을 여미며 깊은 묵상으로 주님의 거룩하신 다스림을 기다림 하려 한다.
주님 ‘일상의 모든 일 가운데서도 주님의 동행하심을 기억하며 어떠한 일을 하든 주님을 위해서만 하게 하소서. 눈에 띠이지 않는 일. 보상 없는 일에도 순종을 소원하며 미천함 가운데서도 거룩을 잃지 않게 하소서, 어지러운 세상 가운데서도 주님을 따르는 일에 소홀 하지 않게 하시고, 나태하거나 넘어지지 않는 영원한 부활의 산 증인으로 사용 하소서.’
주님께서는 지금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무덤 밖으로 나오셔서 온 천하에 두루 계시며 복음의 밀알들의 증거로 다시 사는 기적을 세상 만민으로 하여금 믿게 하시려 복음의 종들을 불러 모으시고 계신다. 세상 권세에 굴하지 아니하며 정의로움을 세워 갈 수 있도록 더욱 굳건한 믿음으로 일으켜 세워 주시기 위해 사순절을 지나게 하시고, 부활의 참 뜻을 다시 새기도록 부활의 아침을 되새기게 해 주신 은혜를 굳게 붙들며 부활 신앙을 지켜 가라는 엄중한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창조주 손길 안에 창조된 만상의 부활을 우리가 바라보며 만질 수 있다. 말라버린 것 같은 나무 등걸에도 눈부신 꽃이 피어나거늘 창조주의 섭리 가운데 생명의 근원을 둔 만물의 소생을 몸소 눈으로 보고 향내를 맡고 은밀하게 꽃잎이 열리는 소리 마저도 들을 수 있음이다. 얼었던 땅들도 일제히 부활 의식에 참여하듯 들풀 마저도 누워있던 자리에서 다 시금 부활의 성취를 이루어 내고 한 알의 밀알이 아무런 항거 없이 스스로 썩어져야 부활을 쟁취한다는 진리 앞에 봄 날의 분분함이 땅 끝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능치 못함이 없으신 분 앞에 인간의 한계성을 고백 드리며 부활의 아침에 부활의 주님께 작은 소망을 올려드린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이미 죽은 것 럼,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부활의 삶을 살게 하시어 영적인 무감각의 걸음을 바로 잡으며 부활의 소망을 가슴 뻐근하도록 힘껏 품으며 헌신하는 몸 되게 하소서.” 깊은 묵상으로 아뢰어 올린다. 부활은 인류애의 상징이다. 사랑 없는 부활은 존재할 수 없음이요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해 낼 수 있기에 몸소 십자가 형벌을 달게 지시고 몸소 부활의 영광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시는 부활의 주님 이시 여. 부활의 아침에 올려드린 기도가 생애의 고백이 되어 부활의 산 소망의 증인이 되어 지기를 간구 드리 옵니다.
찬란한 부활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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