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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겨울이 가는 길

지역뉴스 | | 2025-02-21 08:03:3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겨울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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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겨울은 언제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받아들여야 하는 길목즈음에서 맵고 독한 겨울 맛을 드러내곤 했는데 이제금에 매서운 강추위 한파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하나 나이가 더해진 명패로 바꾸고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들인지도 두달여가 훌쩍 지나갔다. 눈 깜박할사이에 달아나버리는 시간을 순간 만큼이라도 잡아 둘 수 없음이라 허덕대며 쫓는 일은 접어 두고 그저 달관하 듯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앉히기로 했다. 시간 낭비는 불손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시간이 베풀어주는 유한의 은택과 한계성을 되새기며 시간을 평안하게 보듬기로 했다. 노년 언덕 앞이라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자유를 누려보려 한다. 결코 시간을 닦달하듯 응축해내려는 태도를 고수하기 보다 시간에서 추출된 엑기스를 지혜와 선함으로 시간 순환에 기울이기로 했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의 시간을 그리 넉넉하게 누리지 못하는 것은 추위 탓인지 한 더위 보다는 시간 낭비가 덜한 것같다. 겨울이 가는 길을 동행하다 보면 느긋하게 세월이 흐르는 대로 마냥 흘러 보낼 수 없다는 기색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봄날은 느긋하니 졸리는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 감각이 잠시 물러나는 시기였고, 여름은 더위에 지쳐 시간을 가늠할 기력조차 쇠진해지는 시기였기에 느슨했던 시간 보상이라도 하듯 가을은 긴장감을 챙겨 주었지만 채근하지 못한 게으름을 겨울이 들어서면서 힘있게 팽팽하게 당겨주는 옹골찬 강다짐을 해주었다. 반복되는 계절 편승은 어쩌지 못하는 삶의 굴곡을 감당하지 못해 당김 줄을 놓아 버리기도 하는 터라 미욱함을 다시금 범하지 말아야 함을 겨울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엄하게 일러주고 있음도 깨닫게 된다. 

친 환경정책폐지는 압도적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데 각국 정상들은 심리전에 목숨을 걸고 있다. 삶의 터전은 대규모 관세부과로 물가는 대책 없이 치솟고 갑작스런 대량해고 열풍으로 고달픈 하루들을 발목에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민생들은 기력이 없을 만큼 지쳐 있어 이렇듯 차가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질 수 밖에. 인정은 메말라가고 사람은 알아가면 갈수록 예상외로 갈피 없이 영악해지고, 외롭다는 아우성으로 목이 메이는데 나라들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 상은 흉상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 돌아보면 세월은 늘 그랬다. 따뜻한 계절과 차가운 계절이 서로 환승하 듯 밀고, 밀리 고를 반복했던 것인데 다사로운 계절 없이 차가운 계절이 존재하지 않음 이요 차가운 계절이 찾아오지 않고는 따뜻한 계절이 어찌 돌아올 것인가, 해서 차가운 계절의 보폭이나 속도가 얽히거나 분산되지 않는다면 겨울 끝 무렵 즈음이면 더 멀리 더 빠르게 가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계절 따라 흘러온 하루하루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었음도 돌아보게 되고 매섭고 혹독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일들로 파생되는 문제 해답들을 이 겨울을 보내면서 선명하게 얻어낼 수 있었음에도 감사하게 된다. 겨울만이 베풀 수 있는 지혜요 사랑이요 꿈일 것이다. 과학을 동원하고 합리적이성만으로 얻어낼 수 없는, 사람의 지혜로나 어떤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신비하고 묘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갑작스레 마주하게 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 속으로 직접 부대끼며 살아볼 일이란 것도 겨울이 가는 길에 일러준 것이었다. 풀리지 않는 생의 신비 앞에 우리는 혹독한 추위 속에 온 몸을 맡기듯 가슴을 열어 두는 일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란 것 까지도, 엄동설한을 견뎌내며 스스로 비울 줄아는 겨울 나무가 새로운 개념의 해답일 수도 있겠다. 적멸과 비움으로 가득한 만상 앞에서 모든 순간들을 새 봄을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겨울 들녘을 응시 하노라면 매서운 추위도 천지가 얼어붙어버린 것 같은 그 길을 내 의지로 걸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겨울이 다하면 더는 우리네 삶에 깊이 개입하면서 까지 긴장감을 심어주는 계절을 어찌 또 만날 것인가. 한계 없는 겨울 사랑의 속내 깊음이 얼어붙은 땅덩이를 녹여주는 심오한 비밀을 알아차릴 것 같다. 어지러운 풍랑이 일렁이는 우리네 삶에 등대처럼 길을 비춰주었던 겨울이 지금 우리 곁을 떠나려 한다. 도약의 기적을 만들기 위한 웅크림 시기를 지금 우리가지나가고 있다. 오롯이 사랑을 숨긴 채 사랑을 풀어내려는 겨울 사랑의 진면목이다. 따스한 숨결에 익숙해질 그런 날들이 긴 겨울을 지나면, 새로운 생명이 소멸을 덮어주고 새 삶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겨울과의 작별이 한 눈금 씩 다가오고 있어 마음 다스림을 추스르며 옷깃을 여미게 된다. 작별은 잠시 서걱대는 마음 일 뿐, 작별로 마주잡은 손을 놓는 순간 다시금 세상은 낯설어지고색다른 여태껏 겪어보지 않았던 황량함이 펼쳐질 것이다. 지구 어디 메쯤 다른 세상을 대하는 것 같을지라도, 새롭듯 다정한 마음으로 정을 나누게 되리라. 그러노라면 대지가 뿜어내는 따스한 숨결에 어느덧 익숙해지는 그런 날이 다시 돌아 올 것이라서 겨울 사랑의 깊음을되새김할 수 있으리라. 겨울이 가는 길은 추위에 지친 시린 마음을, 추위로 얼어버린 굳은 마음을 소롯이 녹여주는 우리네 생애의 새 길을 열어주는 사랑이라 하고 싶다. 이한 치한의 숨은 공로까지 치하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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