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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봄이 오는 까닭

지역뉴스 | | 2025-03-21 07:53:5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봄이 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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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오랜만에 온 몸이 봄 기운으로 충만할 만큼 날씨가 풀렸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봄이 오긴 올까 싶었는데 햇살이 퍼질 무렵이면 나른 해지는 것이 그리 싫지가 않다. 지난 겨울은 기후도 세상도 예년 같지 않았고 이런 저런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연출되곤 했었다. 지구도 세계도 고국도 이 땅도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기에 봄이 들어서면 조금을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버텨왔던 것 같다. 어김없이 찾아들 따뜻한 봄이란 계절이 있기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은 벌써 봄이 오는 길목을 내주고 있다. 어느 시인은 겨울을 견뎌낸 인내의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라 노래했듯이 계절에서도 인생에서도 봄날이 다가올 수 있음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왔기 때문일 게다. 

책상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터라 부족한 일조량을 채우기 위해 마을에 있는 공원을 찾아 따스한 햇살을 충전하곤 한다. 세상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긴 겨울 동안을 잘 견뎌왔다는 격려로 토닥여 주다 보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평화와 고요가 주는 위로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고요 로움의 평화를 서둘러 원고지에 옮겨놓을 방도를 찾아 본능적으로 수첩을 꺼내 들자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이 갈피 없이 수첩을 메우고 있다. 손상, 추락, 결례, 낙망, 곤두박질, 안위, 도리, 명분, 각성, 뉘우침, 시인하기, 묵은 두려움 폐기처분하기, 춥고 피곤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내기, 유통기한에는 무리가 없을 듯, 바닥으로 내려앉은 마음 잣대가 제로 일지라도 재 도약으로 눈금 맞추기, 참 우정과 가식적인 우정, 초조와의 대결, 하늘을 향해 던졌던 수 많은 질문들, 하늘로부터 내려 주신 응답들, 이런 단어들로 지난 겨울을 견뎌온 것이었다. 드샌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왔기에 영육은 성장통을 겪은 듯 더욱이 단단해 졌고 한 켜 씩 발돋움하게 되었다. 봄이 오는 까닭을 새삼 묵상하게 되는 겨울 수혜자인 셈이다.

세상은 지금 나라와 나라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평화 수호를 독려해왔던 풍토를 순조롭게 이어왔던 아름다운 질서가 건전지 용량을 다 써버린 것 같이 혼란스럽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터인데 새 부대는 접어두고 낡은 부대들이 요란하게 등장하고 있어 지금껏 바람직하게 이루어 놓은 흐름을 마구 휘저어 놓은 모양새다. 염려스럽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 이었는데 왠지 낯설어지고 있다. 스스로 선진국으로 자처하며 강력함을 과시하는 추임새가 만들어 놓은 너울 성 파도의 격랑에 지구 구석구석이 유행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아프다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에 적잖은 위안을 얻고 있는데 길을 가다 뜻밖의 싱크 홀을 만난 형국이다. 인생길을 가는 중에 이 보다 더한 싱크 홀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마음만 이라도 봄을 맞아들이며 공포스런 불안감의 위기에서 벗어나자며 봄 맞이에 열중해 보려 한다. 세상도 인생들도 가슴이 아프다는 비명에 나 목의 잔가지들도 온 몸을 앓듯 울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은 창조 질서를 따라 다시 찾아 온 것이다. 겨울이 혹독했을 수록 다가올 봄은 더욱 찬란하게 다가올 것이요. 봄이 곧 찾아줄 것이라는 묵시를 온 몸에 새기고 있었기에 우리는 겨울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봄이 오는 까닭을 깨달음 할 수 있는 적기라 할 수 있겠다. 생기 산뜻한, 포장이 개봉하지 않은 새 계절이 주어졌다.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 열리고 있다. 눈부신 새 봄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신나는 일이다. 새 계절을 살아가야 할 헤아림으로 청사진이 설계되고 구상된 도모가 갖추어진 준비된 봄날이 오고있다. 세찬 바람도 뇌우도 천둥 번개도 그 길을 막지 못했다. 

고난을 견뎌낸 살아있는 생명들이 다시 일어서면 비로소 봄 날은 아름답게 열리고 하늘과 땅은 충만한 찬란함을 놓치지 않으려 방분 하게 꽃가루를 흩날린다. 봄 하늘 아래 아우성하듯 피어나는 꽃잎들로 하여 불현듯 밀려드는 봄 날의 따뜻함과 이 봄날을 맞기 위해 인내해 왔음에 목이 메인다.   

우리 각자가 시대적 사명감으로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힘껏 달려보라며 길을 열어주고 있다.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오의 앞이든 중간쯤 이든 뒤에 서서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 맨 앞에 서서 달려 보리라 마음 다짐을 하자는 것이다. 분노할 만큼 어지럽고 불투명한 세상을 탓하고 만 있을 뿐 대열에서 빠져나오지도 추월하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된다. 시간은 벌써 저만치 앞서서 달리고 있다. 가장 가벼운 신발을 신고 신발끈을 바짝 조여 매고 출발선 앞으로 다가서야 할 때이다. 봄이 오는 까닭을 확인하며 확신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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