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A.I.) 기술이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인공 지능 기술을 앞세워 임대용 투자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투자 기관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주택 세입자가 양산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인공 지능 기술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투자 기관들은 매입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임대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심각한 상태인 매매용 주택 매물 부족 현상도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 전문지 포춘이 인공 지능 기술을 활용, 주택 임대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투자 기관의 사례를 심층 취재했다.


◇ 임대 시장에 뛰어든 대형 투자 기관

인디애나폴리스에 거주하는 에린 버러스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찾아온 재정난으로 보유 주택을 압류당했다. 최근 건강을 되찾은 버러스는 가장 먼저 남편과 자녀들이 생활할 보금 자리 마련부터 나섰다. 그녀가 찾은 보금 자리는 교외 지역의 뒷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으로 임대용 매물로 나온 주택이다. 주택 압류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 구입 대신 임대를 선택한 그녀는 반드시 자녀들을 위한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을 선호했다. 그녀의 ‘집주인’은 일반 개인이 아닌 ‘매인 스트리트 리뉴얼’(Main Street Renewal)이란 대규모 투자 기관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에린의 어머니도 같은 건물주가 세놓은 주택을 임대해 살고 있다.

두 모녀를 상대하는 ‘집주인’ 매인 스트리트 리뉴얼은 무려 20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부동산 투자 기관 ‘앰허스트 홀딩스’(Amherst Holdings)의 자회사 격인 업체다. 중서부와 선벨트 주를 중심으로 무려 약 1만 6,000채의 임대용 투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앰 허스트는 현재 주택 임대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부동산 투자 기관 중 한 곳이다. 앰 허스트와 같은 부동산 투자 기관이 늘어나면서 현재 주택 임대 시장 규모는 경기 대침체 이전에도 상상할 수 없는 약 45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 인공 지능으로 하루에 오퍼 12건

앰 허스트의 ‘최고 경영책임자’(CEO) 션 돕슨은 데이타 전문가로 모기지 투자 부문에 근무하던 10여 년 전 발생한 주택 시장 침체로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그랬던 그가 현재는 한 달에 1,000여 채의 주택을 사들이며 주택 임대 시장에서 대제국을 건설 중이다. 돕슨 CEO의 주택 임대 제국 건설을 가능케 해준 것은 바로 인공 지능 기술이다. 인공 지능 기술 중 한 분야인 ‘데이타 모델링’(Data Modeling) 기술을 활용,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주택이 있다면 하루에도 약 12건의 구입 오퍼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주요 투자 전략이다.

자회사인 매인 스트리트 리뉴얼 단독으로만 약 32억 달러 규모의 주택을 보유 중으로 연간 임대 수익은 약 3억 달러에 달한다. 돕슨 CEO는 “15년 내에 현재 보다 60배 많은 10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계획”이라며 “신기술 등장으로 주택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전망으로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집 보유 할 필요 없다’ 인식이 기관 투자 부추겨

주택 임대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미국인 가정의 ‘주택 보유’에 대한 시각도 크게 바뀌고 있다. 재정 안정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내 집 장만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점차 실현 불가능해지면서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학자금 융자 부담과 주택 구입 능력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 가정에서 ‘주택을 반드시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야드니 리서치’(Yardeni Research)에 따르면 금융 위기 이전 첫 주택 구입 대상자 3명 중 1명은 현재 집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하고 있거나 여전히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임대 선호 추세로 현재 약 500만 가구가 주택 세입자로 바로 이들이 앰 허스트와 같은 대형 주택 임대 기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앰 허스트의 매입 대상 매물은 중산층 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의 상태가 불량한 이른바 ‘픽서 어퍼’(Fixer Upper) 매물이다. 픽서 어퍼 매물이 나오면 여러 구입자들 간 구입 경쟁이 치열하지만 앰 허스트는 인공 지능 기술인 알고리듬을 통해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고 경쟁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만 찾아서 구입 계약을 체결한다.

임대 매물로 내놓기 위한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세입자를 찾는 일이 다음 단계다. 앰 허스트가 타깃으로 삼는 세입자층은 뚜렷하다. 자녀 1~2명을 둔 40대 초반 부부들로 월 임대료 약 1,450달러를 낼 수 있는 연 소득 약 6만 달러 소득 수준이 바로 앰 허스트의 타깃 세입자층이다. 돕슨 CEO는 “월 1,450달러는 이들 가정이 모기지 페이먼트와 기타 주거비로 지출하는 금액과 비슷하다”라며 “월 임대료 부담이 크지 않다면 주택 임대를 선호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 공실 위험 낮은 단독 주택이 주요 타깃

주택 시장 침체 이전만 해도 주택 임대업은 주로 소규모로 이뤄졌다. 주택 한두 채를 세놓는 개인 투자자 또는 기껏해야 임대 주택 10여 채를 굴리는 소규모 투자 업체가 전부였다. 헤지펀드나 ‘부동산 투자 신탁’(REITs)과 같은 대형 투자 기관은 단독 주택보다는 운영이 효율적인 아파트와 같은 건물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한 뒤 주택 임대 시장의 판도가 새로 형성됐다. 대규모 압류 사태로 임대 수요가 폭등하자 아파트보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기대되는 단독 주택 임대로 투자 기관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택 임대 시 가장 큰 위험은 공실로 인한 손실이다. 아파트의 경우 계약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1년으로 공실이 자주 발생하는 반면 단독 주택은 한번 임대 계약이 체결되면 2~3년씩 계약이 유지되는 비율이 높아 공실에 따른 위험이 덜하다. 부동산 투자 기관 콜로니 캐피틀의 톰 버락 대표는 “주택 가격 회복에 대한 확신이 낮아져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시각이 사라졌다”라며 “이로 인해 주택 임대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라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대형 부동산 투자 기관이 보유 중인 임대용 단독 주택은 전체 임대 주택 약 1,500만 채 중 약 2%에 해당하는 약 30만 채로 추산된다. 투자 기관들은 이중 대부분을 지난 7년 사이 대거 사들이며 임대 주택 보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기관은 블랙스톤, 스타우드 캐피틀, 콜로니 캐피틀, 아메리칸 홈스 4렌트, 앰 허스트 등 7개 투자 기관의 합병으로 탄생한 부동산 투자 신탁 ‘인비테이션 홈스’(Invitation Homes)다. 이들 투자 기관 7곳 모두 ‘자동 매매 결정 방식’(Automated House-Hunting) 방식을 앞세워 주택 임대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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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투자 기관이 젊은층 세입자를 타깃으로 임대용 주택 매물을 대량으로 매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