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상승에도 1년간 물가상승 1.6%에 그쳐

경제성장세 악화되면 디플레 유발 불황늪 우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레스토랑 체인 ‘비스킷헤드’는 홈메이드 잼과 그레이비 소스로 유명하다. 비즈니스는 아주 활발한 상태다. 네 곳의 체인점 중 세 군데가 애쉬빌 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실업률은 3.3%로 전국 수치보다 낮다. 부족한 직원을 채용하고 기존의 스탭을 붙잡아 두기 위해 계속 임금을 올리고 직원 베네핏도 늘리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가격은 올리지 않고 있다. ‘비스킷헤드’를 운영하는 캐롤린과 제이슨 로이 부부는 직원을 채용하는데 별로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경험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전과 기록이 있더라도 넉넉한 급여를 주며 직원으로 뽑아준다.

“전에는 이력서를 한번 보면 거의 자동으로 부적격한 점이 눈에 들어 왔죠. 지금은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란 자체가 없어요. 누구든 일단 이력서를 갖고 들어오기만 하면, 인터뷰를 할 형편입니다.”

미국 전역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주들은 가격 인상을 꺼리고 있다. 고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뉴스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임금과 가격은 예상 가능한 통제 범위 안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꿈적도 하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의문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연방준비은행은 핵심 목표 중의 하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물가를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오르도록 조절하는 일이다. 저금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는 동시에 거품 경기를 방지하기 위한 연방준비은행의 능력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물가상승율은 지난 3월에 끝난 지난 회개연도에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연방준비은행이 예측한 2%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연방준비은행은 이런 상황이 만성적인 경기 부진을 가져올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진 덕분에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은 경제 근간의 상호 관계가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어떻게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씨름을 벌이는 중이다.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임금은 경쟁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치솟는 인건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게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다가는 경제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 재넷 옐런 연방준비은행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곧잘 자동차 엔진의 윤활유와 비유하곤 한다. 원만한 임금 상승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이 걱정이다. 더구나 4%를 밑도는 실업률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성장세도 놀랄 정도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임스 벌라드 총재의 경고다.

연방준비은행 제롬 파월 의장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리가 당면한 주요 과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은행은 일년 넘게 경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분석하는 중이다. 당초 예상하지 못한 고용이 일어나고, 임금과 물가가 급등하지 않으면서도 취업은 활발한 상황을 면밀하게 해부하는 과정이다. 임금 상승을 이끄는 요소는 무엇이며, 인플레이션을 연방준비은행이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미내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 닐 카쉬카리 총재는 한발 더 나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아홉 번이나 인상했지만 너무 서둘렀다고 보는 것이다. 긴축 정책을 조기에 시행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인플레이션이 2%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으며, 업주와 소비자 모두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취업 시장이 여유만만한 배경의 뒤에는 첨단기술과 세계화라는 힘이 버티고 있다. 이런 파워가 시장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과 옐프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첨단 기술 덕분에 과거보다 아주 쉽게 돈이 낭비되는 구석을 피해 갈 수 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수많은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적당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을 의식해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도 못한다.

고용지표의 강세와 임금 상승,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 이런 상항이 빚어내는 딜레마는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뉴질랜드를 비롯해 유럽까지 저물가 경제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도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기 시작하면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에 돌입하면 물가 상승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내일이 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텐데 누가 지갑을 열겠는가. 이렇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 지출도 급감하며 고용은 줄어 실업율이 치솟을 수도 있다. 금리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경제는 불황에 떨게 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잔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의 상황이 위험한 경제 순환 고리의 빗장을 푸는 짓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단 불경기에 접어들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조치도 취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정책 변화를 촉구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은행의 최고위 경제정책 임원들이 다음달 시카고에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시장 경제에 확실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제안이 나와야 한다.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기대치는 경제전문가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에 잡아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연방준비은행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1년 전에는 60%이던 게 지금은 56%로 떨어졌다.

만일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묶여버린다면 노스캐롤라이나 ‘비스킷헤드’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만연될 것으로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는 상승하는데도 경쟁 업체를 의식해 가격은 올리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직원을 줄이는 길로 이어지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나오게 된다. 고용율은 높고 급여도 오르는데 물가는 낮게 머무는 상황이 전문가들 사이에 반갑지만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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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업소마다 임금을 올리고 각종 베네핏도 늘리고 있지만 가격은 올릴 엄두도 못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