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노령화에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고 최선의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굴지의 대학교를 망라해 4개 팀이 각각 주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노령화는 어느 한 나라의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복지 및 건강과 관련한 예산과 사회 비용 등 경제적 이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실버 산업 창출이나 재고용 등의 긍정적 요소도 커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과 노령화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부패, 미래 무관심’고정관념 깨뜨려야

  부정적 시각은 두뇌 플라그 쌓아 치매위험성 높여




뉴욕 시내 지하철 역에 이런 광고판이 붙은 적이 있다. ‘서른 살이 됐다고 자신에게 캐이크를 주고 싶다면, 그건 사실 쉰 살은 됐다는 것이고,  죽은 거나 다름없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의 광고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항의가 쏟아졌고 해당 기업은 웃기려고 한 것이라며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소위 ‘노혐’이라 불리는 노인 비하 트렌드가 거센 역풍을 맞은 사례다.

지난해 가을 중간선거에서 청년층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벌인 광고 캠페인도 비슷한 케이스다. 홍보 전문가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이 든 중년과 노년층의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이용했다. 

이기적이고, 부패하고, 미래에 무관심하다는 부정적인 ‘노인혐오’ 스테레오타이프를 강조해 젊은 유권자들의 우려를 자극하려는 시도였다. 홍보 미디어 전문매체인 ‘애드위크’는 나중에 이런 ‘노혐’에대해 ‘야만적인 코미디’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노혐’ 반대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얼래나 오피서는 이를 두고 “아주 교묘하게 만연된 문제이며, 나이를 두고 고정관념을 갖고 편견과 차별을 자행한다”면서 “개인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지난 2016년 연령에 따라 주로 노인을 차별하는 ‘노혐’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캠페인의 첫 단계로 연구에 착수했다. 전 세계에 4개 팀을 구성해 자료와 증거를 모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원인을 파악하고 건전한 결과를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하면서 노혐 현상과 싸울 길을 찾아 나섰다.

연구 결과는 앞으로 일 년 이내에 유엔(UN) 보고서로 발표될 예정이다. 관련 단체들은 보고서가 나오면 국제적인 활동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넬대학교 연구팀도 바로 WHO가 의뢰한 네 개의 조사팀 중의 하나다. 코넬대 연구팀은 이미 모든 과정을 끝마친 상태이며, 곧 연구보고서를 미국공공보건저널에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깜짝 놀랄 희소식을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넬대 연구팀은 일년 반 동안 수십 편의 논문을 분석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논문을 통해 그 동안 시행된 반노혐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했다. 반노혐 운동은 지난 1969년 정신과 의사이며 노년학 권위자인 로버트 버틀러 박사가 제기한 뒤 전국에 걸쳐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칼 필머 박사는 “노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과연 그런 시도가 효과적이었는가”라고 의문을 가졌다. 연구팀은 64번에 걸쳐 6,124명이 참여한 연구 결과를 분석했는데 대부분 미국에서 실시된 것들이었다. 조사 대상에는 프리스쿨에 다니는 어린이부터 다양한 연령층이 포함됐다. 

이들 연구 중 3분의1은 세대간 차별을 연구한 것으로 젊은층과 노년층 사이에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접촉점을 모색하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3분의1 정도는 연령층이 갖는 스테레오타이프 고정 관념 및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연령별 특징 등을 교육하는 연구였다. 나머지는 위의 두 가지 방향을 합쳐 진행한 연구들이었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을 이끈 데이빗 버니스 박사는 이들 연구는 저예산으로 소규모 단위로 진행됐으며 각 지역 특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게 중에는 4학년 초등학생들을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테네시 주의 시니어센터에 데려가는 식으로 실시된 것도 있었다. 

또 심리학과 학부 대학생과 이들보다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 6주 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관계 증진을 도모한 연구도 있다. 이밖에도 호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4학기 동안 토론과 게임, 역할 연기 등을 통해 성인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도가 포함돼 있다.

이런 연구에 참가한 대상들은 거의 모두 연령 차별 의식이 눈에 띠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런 시도들이 다른 연령층 그룹을 비교하고 구별하기보다는 상호 이해를 넓히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머 박사는 “메시지는 크고 확실하다”면서 “연령 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심각하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보면 노혐 주의자들도 비교적 ‘온순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연령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노혐’ 현상 자체는 온순해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예일대학교 공공보건대학 사회심리학자 베카 레비 박사는 “연령층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프, 즉 고정 관념 때문에 노년층의 건강과 사회적 기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비 박사 역시 WHO가 후원하는 건강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레비 박사의 연구팀이 다시 분석한 연구 결과들은 연구팀이 20년 넘게 진행중인 자체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레비 박사의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노령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보다 각종 질병과 노화 장애에서 회복하는 힘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긍정적인 사람들은 운동도 더 하고 식사도 보다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분노, 염려, 낙심하는 경우도 적었으며 무엇보다고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비 박사의 연구팀은 최근 노혐과 인간의 인식 사이에 작동하는 상관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레비 박사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진 노인들은 치매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며 “나이가 드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두뇌에 플라그가 엉킨 덩어리가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알츠하이머 질병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요인이 생성되고 뇌의 해마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기억력과 연관된 뇌의 기능이 그 만큼 퇴화하는 것이다.

“연령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주 다양하다”고 레비 박사는 강조한다. TV,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매일의 삶 속에서 여러가지 반응이 혼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혐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분명해졌다”고 레비 박사는 강조했다. 

물론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많다. 세대간 소통 노력을 증진한다고 해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노년층 스스로 연령 차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지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노령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해도 이를 일상의 행동으로 어떻게 옮길 지도 가이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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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zie Gill /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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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ca Garwood /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