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란 말이 영 생소하게 들린다면 잠깐 세계지도를 뒤져보자! 러시아 남부 카스피해와 흑해를 사이에 두고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잡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일컬어 ‘코카서스’ 혹은 ‘캅카스’ 3국이라 부른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거친 산맥 아래 펼쳐진 코카서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프로메테우스가 발을 디딘 땅이자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믿음의 땅이기도 하다. 코카서스 사람들은 산맥을 장벽 삼아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한인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카서스는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 여행지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종교문화유산들이 있고, 푸시킨이 극찬한 맛있는 음식이 있는 코카서스의 나라로 ‘US아주투어’와 함께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보자.


▶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눈길이 닿는 곳마다 불꽃이 피어오르며, 세계 최초로 원유가 발견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이곳에는 예로부터 가스가 많아 지표면에서 가스불이 솟구쳐 올랐고, 이런 연유로 불을 숭배하는 고대 종교인 배화교(拜火敎)가 탄생하기도 했다. 

코카서스 여행의 관문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다. 카스피해 최대 항구 도시이며 문화유산이 즐비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시가지 이췌리 쉐헤르(Ichari Shahar)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2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오르면 시가지가 한 눈에 펼쳐지는 메이든 타워,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로 손꼽히는 쉬르반샤 샤호프칸 궁전(Shirvanshah Palace) 등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진흙이 용암처럼 끓어 오르는 진흙화산 머드볼카노와 선사시대 사람들의 그린 고부스탄 암각화도 만날 수 있다.

바쿠를 떠나 두 번째로 향할 곳은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인 ‘쉐키’(sheki)다.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다. 칸의 여름궁전으로 섬세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칸사라이 궁전과 상인들이 머물렀던 숙소인 카라반 사라이, 전통 바자르 등이 도시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 신화의 땅, 미각의 땅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국경을 넘어 ‘조지아’(Georgia)에 들어선다. 코카서스 여행의 허리를 담당하는 조지아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유럽과 아시아의 교두보에 있어 수많은 외침을 당했다. 가장 오래 조지아를 점령했던 나라는 러시아다. 1918년 러시아 제국 멸망 후 조지아공화국으로 독립했으나 1922년에 소비에트연방에 흡수되었다. 1991년 구소련연방에서 독립하기 전까지는 러시아식 이름인 ‘그루지야’로 불렸다.

조지아는 세계 최초의 와인 발상지로 유명하다. 조지아의 포도 재배 역사는 조지아정교보다 더 길다. 기원전 2000년 전부터는 으깬 포도를 점토 항아리에 넣고 땅에 묻어 발효시킨 와인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크레브리(Qvevri) 와인’이라 부른다. 

와인뿐 아니라 음식도 유명하다. 일찍이 푸시킨은 조지아 음식이 하나하나 시(詩)와 같다고 예찬했다. 조지아식 바비큐인 츠와디, 조지아식 치즈 피자인 카차푸리가 특히 유명하다. 조지아 와인과의 마리아쥬를 느껴보는 것도 이곳에서의 근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첫 방문도시는 ‘시그나기’(Sighnaghi)다. 터키어로 ‘피란처’란 뜻의 시그나기는 해발 800m 가파른 산 위에 둥지를 튼 성곽 마을이다. 4㎞ 남짓 되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의 시간은 마치 중세시대에 그대로 멈춰 있는 인상이다. 

조지아 최북단, 북쪽으로 러시아와 마주하며 코카서스 산맥 계곡에 둘러싸인 ‘카즈베기’(Kazbegi)로 이동한다. 카즈베기는 작은 마을이지만 코카서스 산맥의 미봉 중 하나인 카즈베기 산과 해발 2017m 언덕에 세워진 게르게티 트리니티 교회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해발 5047m의 카즈베기 산은 정상 부분이 두꺼운 빙하로 뒤덮여 있어 ‘얼음산’으로도 불린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던 이력을 가진 ‘므츠게타’(Mtskheta)에서는 4세기경 세워진 스베티츠오벨리 대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이 제일 유명하다. 기적의 기둥으로 널리 알려진 교회다. 4세기에 교회를 지으려 기둥을 세웠는데 예수가 입었던 옷이 묻힌 곳으로 천사가 기둥을 옮겼다고 한다.  

다시 부지런히 발길을 움직여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 당도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의 명소는 150년에 걸쳐 건축된 루스타벨리 거리, 올드타운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나리칼라 요새, 스탈린박물관, 보드베 수도원, 성 삼위일체 대성당 등이다.  

강 건너에는 볼록한 돔 모양 지붕의 유황 온천들이 성업 중이다. 러시아 시인 푸시킨도 이곳에서 온천을 즐기고 갔다고 한다. 온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폭포가 쏟아지는 협곡을 볼 수 있다. 협곡 위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오래된 집들도 또다른 볼거리다. 또 온천 옆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어머니의 요새’라 불리는 나리칼라(Narikala)에 닿는다. 나리칼라는 도시가 형성될 무렵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진 고대 유적인데, 7~8세기에 아랍인들이 그 안에 궁과 사원을 세워 그 규모가 더 커졌다. 강변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요새에 오를 수 있다.  


▶최초의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넘어 아르메니아(Armenia)로 향한다. 국경을 넘어 처음 만나는 도시는 ‘딜리지안’(Dilijan). 아르메니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휴양도시다. 온난한 기후와 울창한 숲 그리고 온천이 여행자를 반긴다.

내륙국가인 아르메니아에는 바다는 없지만 해발 2000m 고지대에 위치한 세반 호수(Lake Sevan)가 있다.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바다같이 여겨지는 보석 같은 호수다. 둘러싼 험난한 산세는 최고의 절경이다. 거대한 주상절리의 향연에 빠져드는 가르니. 용암이 흐르다 물과 만나 급격히 굳어 생긴 지형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다음 목적지는 노아의 방주가 멈춘, 아라라트 산이 솟은 아르메니아의 수도는 ‘예레반’(Yerevan)이다. 폭포수를 연상시키는 언덕길 계단과 건축물이 인상적인 케스케이드(Cascade) 꼭대기에 오르면 한국인이 만든 사자상도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아라라트 산은 최고의 전망이다. 창세기 고대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마테나다란 박물관도 유명하다.

예레반 인근 ‘예치미아친’(Echmiadzin)은 아르메니아 정교의 중심지다. 예치미아친 대성당(Echmiadzin Cathedral)은 4세기, 국가가 공인해 세운 세계 최초의 성당이다.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사모창과 노아방주에서 가져왔다는 돌판 위 십자가가 여기에 있다. 또한 수도 예레반에서 28km 거리에 있는 ‘가르니’(Garni)에는 아르메니아 왕들의 여름 휴양지로 사용된 가르니 신전(Garni Temple)이 있다. 



2018030201010000128.jpg
코카서스 산맥의 미봉을 병풍처럼 두른 해발 2천m 게르게티 트리니티 교회.



2018030201010000134.jpg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겨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원 호수인 세반 호수.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 아르메니아에게는 보석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