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보험의 홍수 시대다. 단순히 건강보험, 자동차 보험, 상해보험, 생명보험 정도만 있는 게 아니라 잘 생각해 보면 ID 보장 보험, 여행자 보험, 대물 보험, 렌터카 보험, 워런티 연장, 애완동물 보험, 셀폰 보험까지 종류가 끝이 없다.
오죽하면 보험을 보장하는 재보험까지 있을까만 이렇게 많은 보험이 모두 필요한 걸까? CBS방송은 몇몇 보험들은 고객의 돈만 축내는 것이라며 그 민낯을 공개했다. 또 영리하게 따지면 보험료를 아끼거나, 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신분 도용(ID theft) 보험
연방법에 의하면 신분 도용에 의한 크레딧 카드 사기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본인이 적법하게 신고만 하면 피해는 거의 없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 크레딧 카드 분실 등의 사실을 카드사에 알리면 본인 책임은 50달러로 제한된다. 다만 이는 연방법이 정한 기준이고 사실 카드사들은 크레딧 카드의 본인 이외 사용분에 대해서는 100% 보상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상황에 따라 소비자와 카드사 간 의견 차가 있을 때 제시되는 중재안으로서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2영업일 이내에 신고하면 소비자 책임은 50달러로 제한되고, 신고를 늦추면 책임한도는 500달러까지 늘어난다. 만약 60일이 지나도록 신고하지 않다가 피해 입은 사실을 신고하면 책임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신분 절도를 보장하는 보험은 쓸데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은행과 카드사의 계좌를 점검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 리포트를 체크할 것을 권유했다.

▦건강 및 생명 관련 보험
치과 보험은 특별히 비싼 것을 선택하면 모르겠지만 매달 50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대개 연간 커버리지가 1,000달러 선으로 임플란트를 할 일이 생기거나, 신경 치료 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대부분 치과 보험의 연간 커버리지가 최근 수년째 오르지 않고 제자리 걸음인 가운데 보험료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치과 보험의 대안으로 너드월렛(NerdWallet)은 연회비 80~120달러를 내면 치과 치료비를 10~60% 할인받을 수 있는 치과 디스카운트 플랜이 있다고 안내했다. 저소득층에 저가 또는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해주는 곳도 있으니 ‘아메리카 덴티스트 케어 파운데이션’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어린이 생명보험도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이가 크면서 질병에 걸리거나 위험한 스포츠를 할 경우, 가입할 수 없다는 선전에 현혹돼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전문가들은 자녀의 소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이유만으로 평생 보험료를 지불할 어린이 생명보험은 낭비라는 것이다. 대신 미래에 자녀의 교육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예금이나 적금 등의 투자용 계좌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도 현명하게 가입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의 특성상 평생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더 비싼 보험료와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신 10년, 20년, 30년 식으로 정해진 기간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고 보험 전문가들은 권했다.
중증(critical illness) 보험도 솔깃하지만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 보험료 부담은 보통 수준이지만 보장 내용도 보통 수준이다. 가입하려면 기왕증이 있는지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 메트라이프(MetLife)가 50세 가입자를 기준으로 1만5,000달러의 보험금을 보장하는 플랜의 월 보험료는 25.80달러다. 암, 심장마비, 뇌졸중, 신장질환, 장기이식, 루게릭 등 20가지 중증을 보장하지만 흔한 당뇨는 보장되지 않는다. 굳이 가입해야 한다면 ‘중증’의 기준이 무엇인지 보험사와 명확한 개념정리가 돼야 하고, 보험사가 제시하는 복잡하고 두꺼운 약관을 이해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재산 관련 보험
자동차 보험으로 충돌사고 커버리지는 자동차가 오래된 경우라면 가입을 제고해볼 필요가 있다. 구식 자동차는 감가상각 속도가 빠르다. 켈리블루북(KBB) 등을 통해 확인해 본 본인의 자동차의 가치가 3,000달러이고 충돌사고 보상 옵션이 연 500달러라고 가정해 볼 때, 만약 자동차가 완파되면 보험금을 몽땅 받아도 수리는 불가능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동차 보험 가입 시 의무 사항인 대물 책임 커버리지로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렌터카 보험도 만약 본인 자동차 보험이 풀 커버리지 된다면 쫄지 말고 패스해도 된다. 즉, 본인의 자동차 보험으로 보장이 되고, 결제한 크레딧 카드 가운데 보험 서비스를 해주는 곳도 있으니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TV, 컴퓨터 등을 구입할 때 매장 직원은 얼마를 추가로 내면 워런티를 연장해 준다고 말을 건다.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제조업체가 보장하는 1년 정도의 워런티는 부족하게 느껴져 추가로 워런티를 사는 경우가 있지만 컨수머 리포트는 조사 결과, 워런티 연장에 드는 비용이 설혹 제품이 망가진 경우 드는 수리비보다 비싸다고 밝힌 바 있다.
애완동물 보험도 쉽지 않은 이슈다. 가족처럼 지내는 반려동물인데다 일부 동물병원에서 병원비 폭탄을 맞았다는 말까지 들으면 마음이 다급하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보험인지는 미리 따져볼 수 있다. 전국수의사협회(AVMA) 측은 “수의사에게 맡겨 애완동물의 건강상태와 나이 등을 체크한 뒤 가입할지 여부와 플랜의 종류를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셀폰 보험에 대해 CBS는 “갖고 있는 셀폰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면 모를까 아니라면 10달러 정도 하는 강화 안전 필름을 붙여주면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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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시 주택보험처럼 미리 가입해 둔 보험은 불의의 상황에서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일부 보험은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