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1,075개 이동
전 세계적으로 400억 달러가 넘는 피해를 가져온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 측 지갑에서 852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1,075개가 전량 익명의 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디지털 애셋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9시30분 권도형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서 1,075개의 비트코인이 소유주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지갑으로 이체됐다. 디지털 애셋은 권도형씨 측 지갑에서 전량 이체가 나타난 건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며, 통상 한 지갑에 들어 있던 가상자산이 다른 지갑으로 전량 이체되면 두 지갑의 소유주가 같거나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도형씨 측이 소유한 주요 지갑은 테라-루나 사태 당시 테라의 가격 방어를 위해 조성됐던 LFG(루나파운데이션가드) 지갑과 개인지갑 3종류다. 첫번째 이체는 2022년 5월 바이낸스 핫월릿에서 LFG 지갑으로 1만2,148개의 비트코인이 옮겨지면서 시작됐다. 그후 LFG 지갑에서 여러 지갑을 거쳐 비트코인 이체가 벌어졌다.
711개의 비트코인이 들어 있던 개인 소유 지갑에 2023년 4~5월 사이 신원미상 지갑에서 364개의 비트코인을 보내 지갑 잔고는 1,075개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지갑에 남아 있던 1,075개의 비트코인 전량이 이체돼 세 번째로 지갑 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권도형씨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진행됐던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민사 재판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씨는 지난 6월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4억7,000만달러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권씨가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재산을 은닉하고 그만큼의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