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결함 등으로 회항
이틀새 4건 연달아 발생
출발 14시간이나 늦어져
한인들 공항서 밤새기도
미국의 대형 항공사로 한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델타항공 여객기에서 지난주 48시간 동안 기체 결함에 따른 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잇따른 안전사고와 함께 항공편들의 연쇄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한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승객들이 대체 항공편으로 갈아타기 위해 공항에서 날 밤을 새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지난 20일 보스턴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델타항공 475편 A321-200N 항공기에서 이륙 중 왼쪽 엔진이 고장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객기는 출발 20여분 만에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으로 안전하게 귀환했으며, 24일 현재 보스턴에 착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튿날인 21일에는 애틀랜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델타항공 916편 보잉 757-200이 비행 중 오일량과 압력 손실로 인해 오른쪽 엔진을 잃었다. 이 여객기는 인근 솔트레이크 시티로 우회해 한 시간 후 비상착륙했다.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으로 약 8시간 늦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다른 델타항공 여객기에서도 20일과 21일 사이 기체결함에 따른 안전사고에 직면했다. 21일 뉴욕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델타항공 92편 보잉 767-300ER은 영국 영공에서 미끄럼 방지 브레이크에 문제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은 베를린 공항당국에 이용 가능한 가장 긴 활주로와 도착시 응급 서비스를 요청했으며, 인명피해 없이 안전하게 비상착륙했다. 또한 웨스트팜비치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던 DL-1245편 A320 여객기는 지난 20일 이륙 직후 왼쪽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항공기는 비상착륙 직후 엔진을 수리하고 당일 저녁 늦게 운항을 재개했다.
델타항공의 안전문제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2주 사이에 최소 4건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4월9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번개를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항공기는 최종적으로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했지만 승객들이 의학적 증상을 겪어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4월6일 델타항공이 운항하는 에어버스 A330 항공기는 왼쪽 날개엔진 뒤의 철탑 패널이 이륙 시 분리된 사실이 발견돼 솔트레이크시티로 강제 복귀해야 했다.
같은 달 3일 뉴욕으로 향하는 델타항공 여객기는 출입문의 압력 경보 센서가 꺼져 피츠버그로 긴급 회항했다. 3월 30일에도 덴버에서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까지 가는 비행기 외부 유리창에 균열이 발견돼 목적지에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델타항공기의 연쇄 지연으로 한인 승객들의 불편과 피해가 이어지기도 했다. 출장 일정을 위해 지난 21일 LAX에서 델타항공편으로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으로 향하려던 한인 이모씨는 항공기 연착 때문에 여행 일정을 망쳤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타려던 델타항공기는 당초 밤 11시59분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새벽 2시30분으로 2시간 넘게 늦어져 뉴욕에서 아침 일정이 있었던 이씨는 자칫 이를 놓칠뻔 했다.
이씨의 악몽은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3일 저녁 9시30분 JFK 공항에 출발 예정이던 이씨의 델타항공편은 무려 3차례나 출발시간이 바뀐 끝에 당초 출발 예정시간보다 14시간이 지연된 24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운항됐다. 이로 인해 JFK 공항 대합실에서 꼬박 밤을 새야 했던 이씨는 “항공사 측이 호텔 등 비용 환불을 제시했지만 그 시간에 호텔을 잡을수도 없고 결국 항공사 측이 준 베게와 담요 하나로 공항에서 밤을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많은 승객들이항공사 측에 이를 항의하며 싸우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