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대통령 통화
셰인바움 정부 출범 후도
멕시코 이민정책 불변할듯
“국경 장벽, 해결책 아냐”
미국 이민정책의 ‘이해 당사국’인 멕시코 정부가 미국 정부의 불법입국자 망명 제한 행정명령에 협력 의사를 밝히며, 이민자 추방 관련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며, (미 정부 행정명령 취지는) 우리 정부의 이민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합법적 미국 체류 서류가 없는 사람에 대해 멕시코를 거치지 않고 해당 이민자 출신국으로 직접 추방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그들(미국 정부)이 어떤 이민자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리면 멕시코를 통한 삼각 추방이 아닌 본국으로 곧장 보내야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 일주일간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입국자 수가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을 경우 사실상 국경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통화에서) 근본적 이주 해결책으로서의 중미, 카리브해 국가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며 “미국과 멕시코 간 교역 활성화를 위한 3개의 국경 교량 설치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0월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됨에 따라 멕시코와 미국간 ‘뜨거운 감자’인 국경 문제의 향배 등도 주목된다. 집권좌파 후보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임한 셰인바움 당선인은 주요 정책 면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계승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민자 문제에 있어서도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셰인바움 당선인 스스로 유세 과정에서 누차 강조한 부분으로, 특히 미국과의 최대 쟁점 현안인 불법이민자 문제에서도 미국에 유연한 정책 채택을 지속해서 촉구할 전망이다.
국경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관계는 11월5일 미국 대선 결과와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불법 이민자 유입 관련 접근법에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에 ‘테러리스트’라는 혐오성 라벨을 붙이며 강력한 단속·추방 정책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도 수중 장벽 설치를 비롯한 강경책을 그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이는 미국에 온건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와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멕시코 정부와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셰인바움 당선인의 이민자 정책 역시 “개발을 위한 협력과 이웃 나라 국민과의 연대만이 이주 행렬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인도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그는 지난 2월4일 나야리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서류 미비 이주를 범죄화하려는 미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정치인들의 시도를 지적하며 “장벽은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당선인 지난 달 TV 대선 후보 토론에선 “미국과 캐나다에는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이주 흐름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취업비자 발급 확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그의 ‘정치적 후견인’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