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려 국내 공식 의료기관 아닌 곳에서 낙태약 구해"
연방대법원, '먹는 낙태약 승인 취소' 요구 소송 심리 개시
미국에서 낙태권 인정 판례가 폐기된 이후 임신 중절 알약을 구해 먹는 이른바 자가 낙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낙태권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먹는 낙태약의 판매를 규제해야 할지 심리에 들어간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관련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인정 판례를 폐기한 이후 공식 의료 시스템 밖에서 구한 약을 이용한 낙태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6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임신 약 24주까지는 낙태를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 제한 여부를 주별로 정하게 했다.
지금까지 14개 주가 낙태를 금지했으며, 7개 주는 낙태 허용 기간을 24주보다 짧게 규정했다.
JAMA에 실린 연구 결과는 낙태약을 제공하는 해외 원격 의료기관, 온라인 업체, 지역사회 단체들의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전에는 이들을 통해 한 달에 약 1천400명의 여성에게 낙태약이 제공됐지만 폐기 이후 6개월간 월평균 5천900명으로 급증했다.
이 판결 폐기 이후 6개월간 공식 의료시스템을 통한 낙태는 약 3만2천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는 낙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자가 낙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원격 의료기관은 일반적으로 유럽에 있는 의사의 처방전으로 낙태약을 약 100달러에 공급했다.
온라인 업체들은 여성의 병력을 묻지 않고 39~470달러(약 5만~63만원)에 낙태약을 우편으로 판매했다. 지역사회 단체들은 낙태약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낙태권 옹호단체인 미국 구트마허 연구소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낙태 시술을 하는 미국 내 의료기관에서 2023년 102만6천여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했다.
2020년과 비교해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연간 낙태 건수가 100만건을 넘은 건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낙태의 63%는 먹는 약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낙태약 이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26일 낙태 반대론자들이 먹는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며 미 식품의약청(FDA)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구두 변론을 시작한다.
지난해 4월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으며, 항소법원은 사용 조건을 임신 10주 이내에서 임신 7주 이내로 단축했다.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2000년 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미페프리스톤은 대표적인 먹는 낙태약으로, 사용 금지나 제한 결정이 최종 내려질 경우 공식 의료기관이 아닌 곳을 통한 낙태약 구매를 부추기는 등 그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