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수비대 철조망 뚫고 일부 이민자들 몸싸움도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미·멕시코 국경에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텍사스주가 직접 불체자들을 체포·추방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같은 규제 강화에 대한 이견으로 보수 강경파와 친이민 양측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폭력사태, 주변국과의 외교갈등까지 불거졌다.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은 성명을 통해 지난 21일 오전 11시께 대규모 이민자 집단이 리오그란데강과 텍사스주 엘패소 국경 장벽 사이에 있는 주 방위군의 철조망을 뚫었다고 밝혔다. 그 뒤 국경 순찰대는 국경 쪽에 가까이 온 이민자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향후 절차를 위해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망가진 철조망 앞에서 순찰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순찰대의 실사격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낀 듯 두 손을 들기도 했으며, 순찰대의 대오가 흔들리자 틈새를 뚫고 철조망을 넘어 달려갔다. 공화당 소속인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 사건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순찰대가 “빠르게 통제권을 되찾았고 철조망을 두 배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민자들의 월경 시도는 지난해 12월 텍사스주가 제정한 불법 이민자 체포법의 시행을 놓고 각급 법원들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이뤄졌다.
이 법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를 주 차원에서 직권으로 체포·구금하고 출국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이 연방 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연방 지방법원은 바이든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연방 항소법원은 이를 뒤집어 법 시행을 허용했다.
이후 연방 대법원은 법 집행을 막아 달라는 바이든 정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고, 연방 항소법원은 같은 날 종전의 법 시행 허용 결정을 “해제한다”고 밝히며 다시 법 시행을 보류했다.
텍사스의 불법 이민자 체포법은 이민에 대한 미국 내 이데올로기 격돌뿐만 아니라 주와 연방의 권한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한 뜨거운 감자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 사안을 둘러싼 논쟁은 혼란 속에 더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을 미국의 역사적 정체성이자 발전 동력으로 보는 민주당은 텍사스의 불법 이민자 체포법에 반대한다. 이에 반해 불법 이민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규제 강화를 촉구해온 공화당은 찬성하고 있다.
나아가 이 문제가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 법을 강력히 비판하며 추방되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멕시코 정부는 21일 연방 항소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법의 시행이 멕시코가 자국 영토 입국에 관한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하고 합법적 이민 체계 및 국경 관리에 관한 양국의 협력을 훼손할 것이라며 “양국의 주권국 대 주권국의 관계에 부적절한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