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망한 31만7,680명 가운데 8만2,688명(26%)이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암에 걸리면 10명 가운데 3명은 5년을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암 만큼 위험한 질환이 바로‘간질성(間質性) 폐 질환’이다. 특히 간질성 폐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10년 생존율이 15%로 예후(치료 경과)가 매우 불량하다.
간질성 폐 질환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alveolus)와 폐포 벽을 지지하는 구조물, 즉 간질(間質ㆍinterstitium)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ㆍ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 간질이 두꺼워지고 염증이나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데, 간질 손상으로 발생하는 200여 가지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간질성 폐 질환은 폐가 섬유화 등으로 악화하면서 점차 호흡이 짧아지고 결국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며 “신체 운동에 의해 유발되는 노작성(勞作性) 호흡곤란이나 마른기침 증상이 지속하면 간질성 폐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5년 생존율 40%, 10년 생존율 15%… 호흡곤란 지속하면 의심
간질성 폐 질환의 상당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으로 진단된다. 다만 유전적 소인에 흡연이나 분진, 위식도 역류 질환, 감염 등 유전, 환경, 바이러스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위험 인자에 의해 발생한 폐 염증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세포가 증식해 폐의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은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특발성 간질성 폐 질환의 3분의 2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간질성 폐 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질성 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4만654명으로 2011년 1만8,068명보다 10년간 125%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유병률은 10만 명 당 남성은 81명, 여성은 67명으로 남성이 1.2배 많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호흡곤란과 마른 기침이다. 또 비특이적 흉통을 보이기도 하고 간혹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환자마다 다른 양상과 속도로 진행된다.
진단은 쉽지 않은 편이다. 질환군에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질병이 포함돼 있는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많은 탓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폐 기능 검사, 고해상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수적이다. 또 기관지경을 통한 기관지 폐포 세척 검사, 폐 조직 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할 때가 많다.
김경훈 교수는 “고해상도 흉부 CT 영상 발전으로 많은 부분이 영상 검사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같은 영상학적 소견을 보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영상 소견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간질성 폐 질환은 원인에 따라 예후와 치료 방침이 많이 달라지는 만큼 필요하다면 환자의 폐 기능이 허락된다면 수술적 폐 조직 검사 시행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술적 폐 조직 검사는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데 흉강경을 통해 진행하므로 이전보다 덜 위험하고 재원 기간도 많이 단축됐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조기 진단, 예후에 큰 영향
간질성 폐 질환은 치료에 잘 반응하는 질환이 있는 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도 많은 대표적 난치성 질환이다. 각 질환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적용된다.
다만 최근 약제 개발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될 경우 항섬유화제를, 비특이적 간질성 폐 질환은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제제와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폐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김경훈 교수는 “간질성 폐 질환은 얼마나 정확히 진단됐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에 정확한 진단과 진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대표적인 간질성 폐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지만, 조기 진단과 항섬유화제 사용으로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