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최근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남가주 부동산 시장에서 3베드 주택을 90만여달러에 매입했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10차례 넘게 오퍼를 넣었다가 복수오퍼에 밀려 쓴 잔을 마신 그는 오랫동안 알아온 한 에이전트의 포켓 리스팅을 통해 시세보다 수만달러를 더 주고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주택매입에 성공했다.
공개되지 않는 포켓 리스팅이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주택 공급량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 등 부동산 매물을 MLS(Multiple Listing Services)를 통해 공개하지 않고 에이전트의 자체 네트워크를 사용해 판매하는 포켓 리스팅(Pocket Listing)이 전국 부동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월, 3%를 기록해 전년동기 2.6%, 재작년동기 2.5%에 비해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매매 전문 레드핀사에 따르면 전체 매물의 3%에 해당되는 16만9,000채가 포켓 리스팅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도 400만채의 주택재고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퍼 리스팅(Whisper Listing)으로도 불리우는 ‘포켓 리스팅’은 낯선 사람들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는 등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셀러들이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자신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켈러 윌리암스의 허대영 에이전트는 “대부분 셀러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독점이라는 포켓 리스트의 특성 때문에 MLS로 시장에 내어놓아 복수 오퍼를 받을 때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낮게 팔릴 수 있는 함정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주택시장 진입으로 주택재고가 더욱 부족하게 되면서 한인타운에서도 포켓 리스팅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라이트 리얼티 그룹의 맥스 이 대표는 “주택재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복수오퍼에서 떨어진 바이어들의 포켓 리스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주류사회에서는 연예인이나 부유층이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MLS를 피하고 포켓 리스팅을 많이 선호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도 이같은 분위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사회의 경우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전에도 상업용 부동산, 대형 아파트, 오피스 건물 등은 상당수가 포켓 리스팅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라이트 리얼티 그룹의 맥스 이 대표는 “30여년 안팎의 오랜 경력의 에이전트 등을 통해 고가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이 매매되는 건수가 70~80%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에이전트들이 흔히 이용하는 MLS 리스팅에만 의존하다보면 정보의 양이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포켓 리스팅에 대한 선호도는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서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이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