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짭짤한 맛을 유난히 즐긴다. 그런데 짠맛을 내는 소금(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ㆍ심장병ㆍ만성콩팥병ㆍ뇌경색 등에 노출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 일일 섭취량을 1,150㎎(소금 2.9g) 줄이면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환자가 50% 감소하고, 뇌졸중 사망자는 22%, 심장 질환 사망자는 16%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루 1g만 줄여도 심혈관 질환이 크게 감소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다(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우리 국민 1인당 나트륨 일일 섭취량은 2011년 4,831㎎으로 WHO 권고 수준인 2,000㎎의 2.5배나 됐다. 이후 정부가 나서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 캠페인 등을 벌이면서 2012년 4,583㎎, 2013년 4,027㎎, 2014년 3,890㎎으로 꾸준히 줄었다. 2019년에는 3,289㎎으로 줄어 최근 8년간 32%가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WHO의 나트륨 일일 권장량(2,000㎎ 이하, 소금으로는 하루 5g 이하)만 섭취하는 한국인은 25.2%에 불과하다. 아직‘나트륨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만병 근원?
소금은 나트륨(40%)과 염화물(60%)로 이루어져 있다. 음식에 맛을 더하거나 보존하기 위해 흔히 쓰인다. 나트륨은 몸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필수 무기질이다. 체내에서 삼투압 조절을 통한 신체 평형을 유지해주고, 칼륨과 함께 세포 내에서 신경 자극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근육에 신경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정상적인 근육 운동을 하도록 돕고, 펌프 작용으로 포도당과 아미노산 흡수를 돕는다. 나트륨은 몸속 유익한 미생물의 힘을 강화해 면역력을 높이고, 혈관 벽에 붙은 노폐물을 빨아들여 배출하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그런데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 혈압이 올라간다. 나트륨은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에 민감하다. 이 호르몬은 아침에 몸을 깨우기 위해 혈압을 10㎜Hg 정도 올린다. 나트륨은 이 호르몬 기능을 활성화해 혈관 벽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 게다가 물과 잘 결합해 혈액량을 늘려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인 고혈압을 일으킨다.
나트륨은 콩팥 기능도 망가뜨린다. 콩팥은 우리 몸에 과잉 섭취된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한다. 나트륨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콩팥에 쌓여 콩팥의 여과 기능을 저해한다. 과다 섭취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면 콩팥 사용 혈액의 3분의 1이나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소변으로 내보낼 때 칼슘도 함께 배출되면서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진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만 줄여도 수축기(최고) 혈압을 4∼6㎜Hg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과 패스트푸드 및 야식을 많이 하는 30~40대 젊은 층은 여전히 하루 나트륨 권고량의 2배 정도를 섭취하면서 ‘젊은’ 고혈압 환자마저 늘고 있다.
◇땀 나면 소금보다 물 마셔야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고염분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국 한 그릇에 소금이 1.4~3.5g 정도 들어 있기에 가급적 찌개보다 국으로, 국보다 숭늉으로 먹는 게 좋다. 국그릇을 절반 크기로 줄이는 것도 좋다. 또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되도록 손대지 않는다. 국과 찌개는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기보다 멸치 양파 다시마 새우 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국물로 만들면 좋다.
김치는 섭취량을 줄이거나 묵은 김치보다는 겉절이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양념류와 화학조미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대신 식초 설탕 고춧가루 후추 겨자 고추냉이 파 마늘 생강 등을 활용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기에 바나나 감자 아보카도 키위 멜론 수박 토마토 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ㆍ채소를 하루 한 번이라도 챙겨 먹으면 좋다. 강이화 일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ㆍ채소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