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43)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이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생생한 1998년 US오픈 연장전의 '맨발 샷'을 자신의 골프 인생 최고의 한 방으로 꼽았다.
박세리 감독은 최근 골프 전문 케이블-위성 채널인 SBS골프의 '레전드 토크 박세리와 함께' 프로그램에 나와 1998년 US오픈 경기 녹화중계 해설을 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1998년 US오픈은 박세리 감독이 태국계 아마추어 선수 제니 추아시리폰(42·미국)과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대회다.
당시 박세리 감독은 대회 규정에 따라 추아시리폰과 18홀 연장 승부를 벌였고, 거기서도 승부를 내지 못해 2개 홀 서든데스까지 치러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추아시리폰이 약 12m 거리 버디를 잡아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갔고, 박 감독은 연장 18번 홀에서 연못에 두 발을 담그고 날린 샷으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당시 박 감독은 18번 홀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해저드로 빠졌고,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시도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밖으로 꺼냈다.
박세리 감독은 이 영상을 보며 "드롭하고 페널티를 받고 칠 것이냐, 물에 들어가서 칠 것이냐 고민을 했다"며 "지금 얘기지만 무모한 도전이었고, 하지만 그때는 진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에 들어가 보니 발 위치와 공 위치의 높이 차이가 더 났고, 넘겨야 할 높이도 더 높아 보여서 더 고민이 됐다"며 "52도 웨지로 쳤는데 다시 저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도전을) 안 하죠, 못 하죠"라고 22년 전 상황을 돌아봤다.
다만 박 감독은 "겁 없을 때였다"며 "그런데 도전을 통해 많이 배울 때이기도 했기 때문에 만일 실수가 나왔다고 해도 후회는 안 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는 느낌, 짜릿하고 가장 좋았던 느낌은 저 때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자평했다.
박 감독은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홀로부터 약 148야드 지점으로 보냈고, 세 번째 샷은 홀 5m 거리에 붙였지만 파를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리한 상황에 있던 추아시리폰 역시 홀에서 약 15m 지점에서 시도한 칩샷이 홀을 3m 이상 지나치면서 역시 보기를 기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한편 미국골프협회(USGA)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US여자오픈 역대 명장면 16개를 추려 팬 투표로 최고의 순간을 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박세리의 1998년 우승은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결승에서 만난 1954년 베이브 자하리아스의 12타 차 우승에 40.4%-59.6%로 패해 2위를 차지했다.
박세리는 1회전에서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의 아마추어 우승 장면을 77.6%-22.4%로 따돌렸고, 2회전에서는 '골프 여제'로 불리는 안니카 소렌스탐의 1995년 첫 메이저 우승을 역시 54.2%-45.8%로 제쳤다.
준결승에서는 미키 라이트의 1961년 대회 우승에 50.6%-49.4% 신승을 거두고 결승까지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 외에 박인비의 2008년 우승, 김주연의 2005년 우승이 후보에 들었으나 박인비는 1회전, 김주연은 2회전에서 각각 탈락했다.
박세리는 1998년 7월에 열린 US오픈에 앞서 그해 5월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박세리는 SBS골프에 출연해 "그때는 메이저 대회인지도 모르고 우승했다"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이 대회가 메이저냐'고 되물어서 기자실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