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위험 높아져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주원인
에너지 섭취량 25% 감량해야 치료돼
“한 달 만에 몸무게가 4㎏가 불었어요.” 회사원 김모(38)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등으로 대부분 집에서 보내면서 운동량은 줄었지만 음식 섭취량은 줄어들지 않아서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살이 찐 사람을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문제는 확찐자가 되면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아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지방간은 20세 이상에서 30%(1,000만명 추산)가 앓고 있다. 그런데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20%에 불과하고, 비만 등의 이유로 발병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나 된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매년 21%씩 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비알코올성 지방간, 심부전ㆍ심혈관질환 유발
지방간은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인 상태다. 단순 지방간은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앓을 정도다. 대부분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해 염증이나 섬유화가 진행되면 간경변이나 드물게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소주 기준으로 남성은 1주일에 2병 미만, 여성은 1주 1병 미만으로 적게 마셔도 지방간이 생긴 것을 말한다.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 및 사탕, 초콜릿, 라면, 케이크 등 고칼로리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지방이 간에 축적돼 생긴다. 따라서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오랫동안 먹어도 발병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면 심장 기능 이상으로 온 몸에 피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대부분의 암보다 사망률이 높은 심부전 발병 위험이 1.9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면 간 자체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64배 높았다”며 “특히 지방세포와 함께 염증세포까지 쌓인 중증 지방간 환자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2.58배까지 증가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최근 20~30년 사이 고칼로리 식단으로 많이 변했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신체 활동량도 적어졌다”며 “이런 변화로 지방간이 급격히 늘고 있어 간경화나 간암 등 합병증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 질환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으면 간암 발생률도 17배가량 높아진다. 이한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2만5,947명을 7.5년 동안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암 발생 관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보유하고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1만7,028명을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균 보균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21% 많았다.
■유산소ㆍ근력 운동, 1주일에 3회 이상해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원인은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이다. 실제로 비만 환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률은 58~74%였다. 지방간은 체중 감소, 저칼로리 식사, 규칙적인 운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면 건강을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2016년 미국간학회지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1.94배, 전체 사망률은 1.05배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64.6배, 전체 사망률은 2.56배로 크게 높다.
게다가 지방간염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단순 지방간일 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선의 예방책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약물보다 적절한 식이ㆍ운동요법이 좋다.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환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간기능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정승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한 번할 때 30분 이상 하면 좋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하지만 급격하게 감량하다간 지방간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3~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서서히 줄이되 현재 체중의 10% 정도만 감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