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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이용한 로맨스 사기‘늪’ 왜 빠지나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4-15 09:09:36

소셜미디어,로맨스사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비극적 스토리와 고백 앞세워 접근

성별·연령·교육수준 관계없이 당해

지난 4년새 3배 늘어 연 2만5천건

나이 많을수록 피해액 커

사기꾼에 66만달러 송금 케이스도

 

 

엘렌 플로렌은 사랑을 찾고 있지 않았다. 지난 여름 그녀를 온라인 사기에 끌어들이려 범죄자가 이용한 것은 데이팅 사이트가 아니라 ‘넥스트도어’라는 이름의 네이버후드 허브였다. 자신의 이름을 제임스 깁슨이라 밝힌 남성은 그녀의 프로필을 사이트에서 발견했다며 접근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녀가 살고 있는 시카고 지역에 산다고 했다. 거리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올 67세로 파트타임 교육 컨설턴트인 플로렌은 “그는 대단히 예의가 있었다. ‘도를 넘지 않았길 바랍니다. 방금 당신이 매력적이란 걸 발견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사이트에서 수주 동안 채팅을 했다. 그리곤 “우리 이메일 할까요”라고 그가 제안했다. 그녀는 동의했다. 곧 이들은 전화대화로 옮겨갔으며 대회는 종종 한 시간씩 계속됐다. 하루 수차례씩 문자도 오갔다. 대단히 유혹적이었다고 플로렌은 말했다. 아내와 아이를 오래 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그가 밝혔을 때 연민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사진을 교환했다. 하지만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에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회사의 임원으로 잠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주 후 그가 시카고에 온다고 했을 때 이들은 저녁 약속을 했다. “나는 알고 지내면 좋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플로렌은 말했다. 깁슨이라는 사람이 늦게까지 나타나지 않다가 사과조로 유럽에 큰 일거리가 생겨 바로 가야하니 데이트는 다음으로 미루자고 알려왔을 때 그녀는 실망했다.

플로렌의 스토리에 나타나는 기만과 조종이라는 요소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로맨스 사기에 정통한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것들이다. 사기꾼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워드 위드 프렌즈 같은 게임 등 모든 종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먹잇감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은 곧 플랫폼을 벗어나 친근감을 더 안겨주면서 보안 감시가 덜한 텍스트와 전화 혹은 메시지 앱으로 당신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미 은퇴자협회 사기감시 네트워크의 책임자인 에이미 노프지거는 말했다. 개인 연락처 정보를 교환하게 되면 서로 신뢰할만하다고 여기게 된다.

비극적인 개인스토리와 빠른 사랑의 고백, 그리고 커플을 서로 만나기 힘들게 만드는 장거리는 모두 패턴에 들어맞는다고 연방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국 모니카 바카 부국장은 말했다. 사진 역시 그렇다. “사진을 보고 나면 그 사람을 좀 더 알게 된 것처럼 느낀다”며 예외 없이 그 사진은 다른 사람들의 것이라고 바카 부국장은 덧붙였다.

수주 혹은 수개월이 지나면 사기꾼들은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범죄조직인 경우가 많다. 연방거래위가 소비자들과 사법당국으로부터 취합한 신고 건수는 얼마나 빠르게 로맨스 사기가 증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15년 이 기관은 총 8,500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해 이 건수는 2만5,000건을 넘었다. 이런 범죄는 신고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바카 부국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사기에 관련되는 돈의 액수이다. 바카 부국장은 “로맨스 사기는 피해자들이 신고한 전체 피해액으로 봤을 때 넘버 원 사기 유형”이라고 밝혔다. 2015년 신고가 된 로맨스 사기 피해액은 3,300만 달러였다. 지난해 이 액수는 2억100만 달러였다. 로토와 스윕스테이크 그리고 사칭사기 혹은 테크서포트 피싱 같은 사기 사건들의 피해액을 훨씬 넘어 섰다.

특히 노년층의 피해가 컸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교육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로맨스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사기로 돈을 날렸을 때 신고를 더 적극적으로 한다. “하지만 노년층이 신고를 할 경우 피해액은 훨씬 크다”고 바카 부국장은 말했다. 20대의 중간 피해액은 770달러였던 반면 50대는 이의 2배에 달했다. 하지만 60대로 가면 중간 피해액이 3,000달러로 늘어나며 70대는 무려 6,450달러에 달했다. 노프지거는 “집을 재융자하거나 은퇴구좌에서 현금을 빼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았다”며 “사기꾼들은 돈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범죄자들은 노인들이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방 검찰은 경종을 울려주는 몇 가지 로맨스 사기 케이스를 공개했다. 로드아일랜드의 76세 한 미망인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장성이라고 믿은 사람이 지정해준 구좌로 무려 66만 달러를 송금했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여러 명에게 로맨스 사기피해를 입힌 10명의 나이지리아인과 미국인들이 기소됐다. 조지아 대배심은 650만 달러 트러스트를 가진 버지니아 여성을 사취한 남성을 기소했다.

플로렌은 그나마 운이 좋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깁슨’은 유럽으로 떠나면서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자신의 넷플릭스 카드가 만료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정말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 월마트로 가 100달러 짜리 넷플릭스 카드를 사줄 수 없느냐고 했다”고 플로렌은 회상했다. 추적 불가능하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는 사기꾼들이 선택하는 화폐가 되고 있다고 노프지거는 밝혔다. 하지만 은행구좌를 열어 자신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거나 아이폰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플로렌은 카드를 산 후 번호를 알려줬다. 3일 후 그는 다시 전화를 해왔다. 비싼 도구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화 속에서 히스테리를 보였다”고 플로렌을 말했다. 그 도구들은 4,000달러짜리라고 했다. 그는 2,600달러짜리 모조제품을 찾았다면서 돈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했다.

플로렌은 커피를 마시며 곰곰 생각해봤다. 어떻게 국제 여행객이 크레딧 카드가 없는 것인지, 왜 회사가 도와주지 않는 것인지 의심이 갔다. 그가 다시 전화를 해 왔을 때 그녀는 “당신은 내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소리치며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와 온라인에서 그를 차단시켰다. 그녀가 입은 피해는 100달러였다. 이 사기를 넥스트도어와 페이스북에 올리자 많은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노프지거는 “이런 피해를 당하게 되면 많은 감정적 트라우마가 남는다”며 “피해자들은 수치스러워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돈뿐 아니라 꿈까지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친구와 가족들이 피해자를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어떻게 그리 어리석을 수 있느냐“고 하는 말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연방거래위원회나 연방수사국(FBI) 혹은 미 은퇴자협회(AARP) 헬프라인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By Paula Span>

 

소셜미디어 이용한 로맨스 사기‘늪’ 왜 빠지나
로맨스 사기 피해를 당한 시카고의 엘렌 플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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