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카디널스 입단 기자회견,“명문구단 입단 영광”
2년 800만달러+인센티브 계약… 시범경기서 선발 경쟁
한국 대표팀 왼손투수 김광현(31)이 마침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간 800만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무대에 뛰어들게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17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테디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현과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전날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한 김광현은 계약 과정의 일환인 신체검사를 통과하자마자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입단 기자회견에 나서는 속전속결 행보를 보였다.
이날 33번이 찍힌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김광현은 미리 준비한 ‘Hello STL(헬로 세인트루이스)’란 팻말을 들어 보여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밝게 했다. 김광현은 “무척 기대가 되고, 떨린다. 2020년 시즌이 정말 저에게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며 “선발투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팀에서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구를 몰랐던 사람도 모두 알 정도로 세인트루이스는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명문팀이라서 선택하게 됐고, 이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과 2년 8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달던 29번이 아닌 33번을 달고 빅리그에 입성한다. 김광현에게 ‘3’은 삼진을 의미한다.
김광현을 품은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기록(11회)를 지닌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에선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이력을 지녔다. 김광현에 앞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2016년과 2017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다.
김광현은 “승환이 형이 이 팀이 가장 좋은 팀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세인트루이스만의 규정 등을 다시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배, (현재 빅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선배를 보면서 항상 꿈을 키웠다. 나도 빅리그 마운드에 같이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이렇게 도전할 수 있게 돼 뜻이 깊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어 “슬라이더는 예전부터 던졌다. 위닝샷, 카운트 잡는 공으로 쓸 수 있다. 구속 조절도 할 수 있어 자신이 있다”고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현지 취재진의 질문이 모두 나온 뒤, 김광현은 “한마디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으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라며 “SK 와이번스에 정말 감사하다”며 준비해 온 ‘SK, THANK YOU’ 플래카드를 들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에서 김광현을 기본적으로 선발 요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불펜투수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에이스 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콜러스, 다코타 헛슨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탄탄하지만 나머지 두 자리가 유동적이다. 얼마전 1년 재계약을 체결한 베테랑 애덤 웨인라이트의 경우 선발을 원하지만 불펜행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고 올해 팀의 클로저로 24세이브를 올린 우완투수 카를로스 마티네스는 선발투수 복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한 가지 김광현에게 유리한 것이 선?W경쟁 상대들이 모두 오른손 투수라는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162경기에서 왼손투수가 선발 등판한 경기가 단 두 경기뿐일 정도로 왼손 선발요원이 없는 상태다. 프로 2년 차이던 2008년부터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로 불렸던 김광현은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298경기에 출전해 137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올렸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