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달러 이하 신차 없어져
버사, 쏘울, F-150 라이트닝
이제 미국에서 2만 달러 미만으로 새 차를 사는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2025년 자동차 업계가 관세와 연방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 문제로 떠들썩했다면, 2026년 자동차 구매자들이 마주할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바로 '저가형 자동차 시대의 종말'이다.
닛산 버사(Versa)의 단종으로 이제 미국에서 2만 달러 이하의 가격표가 붙은 신차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일부 보급형 모델을 제외하면 2만 5,000달러 미만의 신차조차 찾기 힘들며, 의무적인 탁송료(Destination fees)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이는 소비자 수요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신차 구매자들은 평균 5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프리미엄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 기록적인 대출 기간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불과 1년 전 출시된 일부 전기차들조차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묘지로 향하는 것은 판매 부진 모델만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베스트셀링 컴팩트 크로스오버 부문을 포함해 장수 모델과 부활했던 모델들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포드 이스케이프와 닷지 호넷이 대표적이다. 2026년에는 저가형 차량뿐만 아니라 지프, 닷지, 크라이슬러의 모기업인 스텔란티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 전체를 폐기하기로 했다. 불과 몇 년 전 랭글러 4xe가 모든 PHEV 판매량을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리콜과 정치적 역풍이 이들의 종말을 앞당겼다.
주요 브랜드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한 모델 연도를 쉬어가며, 토요타는 bZ4X의 명칭을 bZ로 단순화했다. 지프는 왜고니어를 단종시키는 대신 더 고급 모델인 그랜드 왜고니어를 유지하며, 아우디는 A4를 신형 A5로 통합하고 A7을 스포츠백 형태의 A6로 대체하는 등 라인업을 효율화했다. 다음은 올해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지 않을 차량들의 명단이다.
▶아큐라 TLX: 전신인 TL과 함께 미국에서 30년간 군림했던 중형 세단 TLX가 사라진다. 아큐라가 SUV 라인업에 완전히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제 아큐라에 남은 세단은 인테그라뿐이다. ▶아큐라 ZDX: GM과 협력해 개발한 이 전기 SUV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단 출시 1년 만에 은퇴한다.
▶BMW X4: 논란의 중심인 XM은 살아남았지만, BMW는 '트위너' SUV인 X4를 단종시켰다. 둥근 쿠페형 루프와 거북이 같은 측면 실루엣을 가진 X4는 더 커진 X2와 베스트셀러 X3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다만 향후 전기차 버전의 X4가 제작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캐딜락 XT4 및 XT6: 캐딜락은 전동화 행보의 일환으로 입문형 SUV인 XT4와 3열 SUV인 XT6를 정리했다. 이로써 캐딜락의 내연기관 SUV는 XT5와 에스컬레이드 시리즈만 남게 됐다. ▶쉐보레 말리부: 수년간 단종설이 돌았던 이 중형 세단은 2025년 모델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미국 자동차 빅3가 만든 마지막 세단이었던 말리부는 2016년 이후 재설계되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닷지 호넷: 이탈리아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가 이 단명한 컴팩트 SUV의 운명을 결정지었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출시 이후 형제 모델인 알파 로메오 토날레와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드 이스케이프 및 링컨 커세어: 이번 명단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은 포드 이스케이프와 그 프리미엄 쌍둥이 모델인 링컨 커세어의 단종이다. 포드는 루이빌 조립 공장을 중형 전기 트럭 생산 기지로 개편 중이다. 커세어는 링컨 브랜드의 저렴한 입문 모델이었으며, 이스케이프의 퇴장으로 포드의 컴팩트 SUV 라인에는 브롱코 스포츠만 남게 됐다.
▶포드 F-150 라이트닝: 포드는 더 작은 전기 트럭을 계획하면서도 베스트셀러 F-150의 전기차 버전인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했다. 2021년 출시 당시 풀사이즈 픽업의 성능과 전기 동력을 결합해 큰 화제를 모았고 혁신적인 가정용 비상 발전 기능까지 갖췄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피니티 QX50 및 QX55: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피니티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QX50과 QX55를 보류했다. 이로써 2026년 라인업에는 3열 SUV인 QX60과 풀사이즈 QX80만 남게 되며, 올해 말 QX65가 합류할 예정이다. ▶기아 쏘울: 독특한 박스형 디자인과 햄스터 광고로 유명했던 기아 쏘울이 단종되며 기아의 '개성 시대'도 막을 내린다. 2010년 사이언 xB와 혼다 엘리먼트의 대항마로 출시된 쏘울은 기아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었다. 신형 K4 세단은 쏘울보다 최소 2,000달러 더 비싸며, 곧 출시될 K4 해치백은 그보다 더 높은 가격대가 예상된다.
▶렉서스 RC, RC F: 비교적 저렴했던 스포츠 쿠페의 시대도 끝났다. 5만 달러대의 이 쿠페는 10년간 견고한 자리를 지켰으나, V8 엔진의 RC F와 함께 스포츠카 기피 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닛산 아리야: 2023년 말 출시된 전기 SUV 아리야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호평받았으며, 그 디자인 요소들은 2026년형 신형 닛산 리프(Leaf)에 계승되었다. 조지아주 캘훈의 벅이스(Buc-ee's) 충전소에서 자주 목격되던 아리야도 이제 신차로는 볼 수 없게 된다.
▶닛산 버사: 닛산 버사의 단종은 미국에서 2만 달러 미만으로 신차를 살 수 있었던 시대의 공식적인 종말을 의미한다. 이제 닛산의 입문용 모델은 소형 SUV인 킥스(Kicks)가 대신하며, 이는 버사보다 한 세대 진보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 ID. ▶버즈: 기대를 모았던 전기 미니밴 ID. 버즈는 2026년을 건너뛴다. 화제성은 높았으나 사륜구동 기준 234마일이라는 실망스러운 주행 거리와 높은 가격 탓에 향수만으로는 시장을 공략하기 역부족이었다.
▶볼보 V60 왜건 및 S90 세단: 미국 시장에서 볼보 왜건의 역사는 올봄 V60 크로스 컨트리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미국인들의 압도적인 SUV 선호 현상은 품격 있는 S90 세단의 단종 이유이기도 하다. 박요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