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김모(53)씨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왔고 매번 이상 없다고 했지만 주기적인 심한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 두통으로 진찰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주변 권유로 그는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조영제 주사를 포함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본 결과. 두정부의 뇌수막종이 발견되었다.
두통은 전 인구의 90%가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로 한다. 하지만 두통으로 진료까지 보는 사람은 증가하는 추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14년 78만여 명, 2018년 91만여 명에서 2022년 113만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두통 환자의 90% 정도는 MRI 정밀 검사로 확인하여도 뇌의 특별한 기질적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다. 이를 ‘1차성 두통’이라고 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픈 편두통, 성격이 예민하거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긴장성 두통, 주로 새벽에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는 ‘군발 두통(cluster headache)’이 여기에 속한다.
1차성 두통은 안정을 취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긴장감을 해소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진통제 등 다양한 약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고 편두통은 최근 새로운 신약이 나와 임상 적용도 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10%인 2차성 두통이다. 뇌종양·뇌혈관 출혈·중추 신경계 감염 등에 두통이 생긴다. 그런데 일반 사람이 1차성 두통인지 2차성 두통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2차성 두통이라면 원인을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때를 놓치면 장애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통이 지속된다면 MRI 등 정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종종 건강검진 또는 중소 병원에서 조영제 부작용을 우려하여 조영제 주사를 놓지 않고 MRI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위의 언급한 사례처럼 뇌종양 등의 진단을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두통 환자의 경우 좀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 뇌혈관 이상, 뇌종양 등 뇌의 기질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떤 두통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첫째, 갑작스런 극심한 두통이다. 김모(60)씨는 올해 3월 골프장에서 티샷을 한 뒤 갑자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이 몰려왔다. 골프를 중단하고 병원 응급실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검사한 결과, 뇌출혈이었다. 평소에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가 있던 그는 긴장한 상태에서 힘을 주어 골프채를 휘두르는 순간,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둘째, 두통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했으며, 정도도 더 심해진 경우다. 세번째, 두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토 증세와 목 뒤가 뻣뻣해진 경우다. 넷째,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팔과 다리의 감각이 저하되고 힘이 빠진 경우다. 마지막으로 고열이 함께 있거나, 평소와 다른 신체적 이상 소견을 동반한 경우다.
물론 이 같은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뇌종양·뇌혈관 질환 등 뇌의 기질적 질병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런 질병 발견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빨리 정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주의 깊게 인지해야 할 특징의 하나로 뇌에 종양이나 혈관 이상 소견이 있다하여도 이러한 뇌 문제가 실제 증상 발현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통이 있든지 없든지 중년기에 접어들면 즉 50대 이후에는 MRI 등의 뇌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