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한인의류업체 참여
신제품 출시, 바이어 유치
LA 자바시장의 한인 의류업체들이 모두 라스베가스에 모였다. 최대 의류박람회인 춘계 매직쇼와 이에 대항하는 어패럴 쇼가 라스베가스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업계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 의류업체들은 라스베가스의 트레이드 쇼에서 가능한 많은 주문 매출을 올려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월은 라스베가스에서 주요 의류 트레이드 쇼가 동시에 열리는 시기여서 한인 의류업계에게는 각별하다. 미주 최대 규모의 의류 트레이드 쇼인 ‘2004 라스베가스 춘계 매직쇼’는 지난 13일부터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려 오늘(15일) 오후 폐막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라스베가스 어패럴쇼’ 역시 같은 일정으로 라스베가스 월드 마켓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춘계 매직쇼와 어패럴쇼에 참여한 한인 의류업체는 대략 500~550개로 추산된다. 지역별로 의류 트레이드쇼가 연중 열리고 있지만 중요도에서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능가하지는 못하다는 게 한인 의류업계의 평가다. 그만큼 매직쇼와 어패럴쇼에서 올린 매출이 각 업체의 한 해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춘계 매직쇼와 어패럴쇼는 기대에 못미고 있다. 폐막을 하루 앞둔 14일 기준으로 춘계 매직쇼와 어패럴쇼에 참가한 한인 의류업체들의 대부분은 “기대와는 달리 평년작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엔데믹 이후 처음 열린 지난해 춘계 매직쇼와 어패럴쇼에서 매출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 올해 이를 만회하려던 한인 의류업체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춘계 매직쇼와 어패럴쇼의 특수가 사라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대형 바이어를 비롯해 방문 고객의 감소가 꼽히고 있다. 지난 11일 제58회 수퍼보울이 라스베가스 얼리전트 스테디엄에서 열리면서 라스베가스행 항공료와 호텔비가 치솟았다. 이로 인해 트레이드 쇼의 ‘큰 손’이라 불리는 대형 바이어들과 의류 판매업체들이 대거 불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류 수요층의 세대 차이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젊은층과 중노년층 대상의 업체 사이에 매출 상승과 감소의 명암이 갈린 것이 그 근거라는 것이다. 매직쇼가 열린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의 경우, 10대와 20대를 겨냥하고 있는 브랜드에는 방문객의 발길이 몰린 반면에 40대 이상 브랜드 부스는 비교적 한산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년에 비해 50% 가까이 매출이 급감한 일부 업체들 사이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중년 여성복 전문업체 대표는 “매직쇼에 참가해서 올해처럼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 폭탄을 맞은 느낌”이라며 “고객 수요의 세대 차이와 함께 젊은층으로 의류 수요가 이동하고 있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매직쇼와 어패럴쇼를 기점으로 트레이드 쇼 회의론이 한인 의류업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값비싼 부스 대여비와 운영 경비를 부담하면서 매직쇼와 어패럴쇼에 참가해도 매상을 올리지 못해 ‘밑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라스베가스 매직쇼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게 한인 의류업체들의 현실이다. 온라인 판매가 의류업계의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트레이드 쇼가 기존 바이어와 대면 접점의 공간이기도 하고 신규 바이어를 발굴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인의류협회 브라이언 이 회장은 “라스베가스 매직쇼는 여전히 미국 내 최대 의류 트레이드쇼라는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이런 점에서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의류 트레이드 쇼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주저없이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