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서 유창한 영어로 청중과 '한류의 미래' 대화
"'JSA' 뒤 연기태도 바뀌어…출연작, 대본 읽는 순간 느낌으로 결정"
배우 이병헌(49)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학생, 청중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19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맥카우홀에서 열린 '한류의 미래'(The Future of Hallyu) : 글로벌 무대의 한국 영화' 콘퍼런스에서다.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소장 신기욱 교수)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이병헌은 '유창한' 영어로 배우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소개하고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팬 등 300여명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아이리스', '미스터 션샤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오징어 게임2'에도 출연하는 그는 사실상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 'JSA'를 통해 자세가 바뀌었다며 "JSA 전에는 캐릭터에 더 신경 썼다면 이후로는 대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으나 출연하지 못했던 아쉬웠던 작품도 소개했다.
그는 "역할을 거절해 후회한 적이 있나"는 질문에 "기생충,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을 언급하며 "이미 다른 (영화 등)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는 스스로도 크게 웃었다.
'올드보이'는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인 작품이었다.
'기생충'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헤어질 결심'은 올해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을 고르는데에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대본을) 읽는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감성이 재미있다고 느껴지면 따르는 편"이라고 했다.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을 통해 진출에 할리우드에 대해서는 "그들(헐리우드)은 나의 연기 스킬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본 건 2006년 도쿄돔 팬 미팅에서 4만명이 몰린 것을 본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자신을 캐스팅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후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인정했다고 돌아봤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이후에도 여러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했다.
청중들 질문에 대부분 영어로 답한 이병헌은 "영어는 고교 2학년 때 학원에 대충 다닌 게 전부다. 할리우드에서도 교육받은 적 없다"며 "오늘 행사를 위해 난생처음 두 달 동안 영어 공부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자신은 그런 쪽에 재능이 있기는 한 것 같다며 영화를 촬영할 때도 "어릴 때 수년간 했던 태권도를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스토리와 감독이 좋다면 가리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이 "한국 배우들에게는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K-드라마를 재조명하고 미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상수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는 축사에서 "챗GPT에 물었더니 'K-드라마는 지난 몇 년간 독특한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캐릭터 등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고 답했다"며 "작가, 배우, 감독, 프로듀서가 진정한 문화외교관"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