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팍 총격범 또 다른 댄스업소 침입
지난 21일 밤 몬트레이팍에서는 70대 중국계 용의자의 총기난사로 11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추가 범행을 시도하던 총격범 후 칸 트랜(72)에 용감하게 맞서 총기를 빼앗은 중국계 20대 청년 브랜든 차이(26) 덕분에 자칫 더 큰 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은 이쯤에서 멈출 수 있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의 로버트 루나는 브리핑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나는 (브랜든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브랜든이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재연해 본다.
아시안들의 전통 명절인 음력 설 하루 전날 21일 늦은 밤 10시35분.
알함브라 소재 댄스 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는 밤 11시 영업 마감시간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아 파장 분위기였다. ‘라이라이’ 창업자 가문의 손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중국계 3세 브랜든 차이(26)는 사무실에 앉아 영업 종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브랜든은 이민 1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시작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꾼 사업장에서 사장으로 일하는 누나 브랜다 차이를 도와 전반적인 업소 운영을 맡아 왔다. ‘라이라이’는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지은 상호다.
갑자기 앞문이 닫히고 금속이 부딪치는 차가운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본 순간 차이는 자신을 향해 반자동 권총을 겨눈 70대 아시아계 남성과 맞닥뜨렸다.
1차 범행 장소인 몬트레이팍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2차 범행을 위해 20분 후 2마일 떨어진 알함브라에 있는 ‘라이라이’로 들이닥친 후 칸 트랜이었다.
그의 손에는 대용량 탄창이 달린 반자동 공격용 권총이 들려 있었다. 트랜은 브랜든을 쳐다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트랜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눈은 광기가 느껴질 만큼 위협적이었다.
트랜과 그가 들고 있는 권총을 처음 본 순간 브랜든은 그가 돈을 훔치러 온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트랜의 몸짓과 얼굴 표정, 눈빛으로부터 그가 다른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진짜 총을 본 적이 없었던 브랜든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구나”하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하지만 브랜든은 ’원시적인 본능‘으로 곧바로 트랜에게 달려들어 권총을 움켜잡고 1분 30초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몇몇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아버지 탐 차이의 증언)
브랜든은 간신히 권총을 빼앗아 트랜을 겨누며 “여기서 꺼져!(Go, get the hell out of here!)”라고 소리쳤다. 누나 브랜다가 공개한 업소 CCTV에서는 총을 되찾으려는 총격범 트랜의 의지도 대단해 계속 몸싸움이 이어졌다. 결국 트랜은 2차 범행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흰색 밴을 몰고 달아났다.
’시민영웅‘으로 떠 오른 브랜든 차이는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에 살고있는 중국 이민자들은 전부 가까운 사이”라며 “같은 중국인이 중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게 느껴진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