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 40년래 최대… 과도한 긴축 경계감
국채 2년-10년물 차 0.7%p… 강해지는 침체 신호
연준‘최종금리’관심…“5.0~5.25% 수준까지 갈 것”
과잉 긴축 땐 의회 나설수도… G20도‘강달러’견제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이 40년 만에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 신호가 한층 강해지고 고금리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도한 긴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CNBC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4.531%, 3.8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두 국채 간 수익률 역전 격차는 약 0.7%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 격차다.
통상 국채는 장기물일수록 장기 투자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해져 단기물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 이례적으로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이 역전될 경우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은 앞서 2001년과 2009년·2020년 침체에 앞서 발생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지난주 10년물 국채금리가 기준금리인 3.75~4.0% 범위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며 “이는 시장에서 앞으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일단 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FOMC에서 속도 조절을 예고한 데 이어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앞으로 몇 주 동안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고 가정하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안은 멀어지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종금리 수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준 이사들 간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최종금리는 최소 5.0~5.25%가 돼야 한다”면서도 최대 7%까지 올릴 가능성을 제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반면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연준이 이를 중지하고 경제가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0.75~1%포인트의 추가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최종금리로 4.75~5%가 적당하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은 연준이 5.0~5.25% 수준까지 최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씨티그룹 전략가인 앨릭스 사운더스는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는 ‘파월 푸시(Powell Push)’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가는 쪽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18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린 뒤 내년 2월·3월·5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다는 시나리오다.
결국 관건은 고용 및 인플레이션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지난달 취업자 수는 68만 명 가까이 늘면서 고용 훈풍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7.7% 올라 2월 이후 처음으로 7%대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과잉 긴축으로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결국 연방 의회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트홀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짐 폴슨은 “불필요한 침체가 발생할 경우 양 의회가 연준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논의를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잉 긴축이 연준의 독립성 제한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사회는 공식적으로 과도한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6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는 “긴축적 통화정책의 적정 속도를 지속해서 점검한다”며 “다른 국가에 대한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을 견제하는 내용이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