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투 컴' 등 후보 제출…'베스트 팝 듀오' 3년 연속 후보 기대
1차 비밀 투표 완료…스눕독·콜드플레이 등 협업곡 깜짝 성과 낼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다시금 도전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맏형 진을 필두로 한 입대로 그룹 활동은 최소 3년간 '잠시 쉼표'를 찍게 됐지만, K팝 시장을 대표하는 이들의 도전사는 계속되는 셈이다.
◇ 방탄소년단 최소 4곡 후보 제출
26일 미국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열리는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에는 협업곡 포함해 최소 4곡 이상의 방탄소년단 노래가 출품됐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해 10월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발표된 노래를 시상 대상으로 한다.
아티스트 측이 원하는 분야에 후보로 제출하면 시상식을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사이의 1차 비밀 투표와 최종 비밀 투표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래미 어워즈는 총 80개가 넘는 부문을 시상하는데 구체적인 트로피 개수는 매년 바뀐다. 이 가운데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이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로 불린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6월 발표한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비롯해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찰리 푸스와 정국이 손잡은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 진·뷔·정국·지민이 베니 블랑코·스눕독과 협업한 '배드 디시전스'(Bad Decisions)까지 네 곡을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에 제출했다.
다만 이들 노래는 방탄소년단 측이 아니라 베니 블랑코·스눕독, 콜드플레이, 찰리 푸스 등 협업 상대측에서 후보 등록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앨범'의 경우 그래미 측이 앨범의 기준으로 재생 시간의 75% 이상을 새로 녹음된 음악으로 채울 것을 요구하기에 선집 음반 특성상 '프루프'를 제출할 수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네 곡은 제너럴 필즈 외에도 방탄소년단이 최근 2년 연속 후보에 올랐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or Group Performance)에도 제출됐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로 2012년 신설됐다. 듀오 또는 그룹,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시상한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로 이 부문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된 바 있다.
이 부문 외에 수려한 영상미 혹은 익살스러운 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옛 투 컴', '배드 디시전스', '레프트 앤드 라이트'가 '베스트 뮤직 비디오'(Best Music Video) 부문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 내달 후보 발표가 1차 관문…"베스트 팝 듀오/그룹 기대"
제65회 그래미 어워즈를 위해 1차 투표는 이달 13∼23일 진행됐다. 이를 통과해 다음 달 15일 발표될 최종 후보 목록에 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도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쉽지는 않겠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해볼 만하다'로 요약된다.
콜드플레이, 스눕독, 찰리 푸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현지 아티스트와 꾸준히 협업을 시도했고, 이 노래들이 좋은 반응을 끌어냈기에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서는 기대할 법만 하다는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방탄소년단도 당연히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방탄소년단의 후보 제출곡 가운데 '마이 유니버스'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2021년과 달리 올해는 음반 단위로는 선집 음반 '프루프' 하나만 발표한 데다가 이조차 한국어여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버터'가 후보에 올랐지만 안 됐다"며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자랑이자 권위 있는 시상식인데 방탄소년단의 (올해) 음악은 조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래미 어워즈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외부 비판을 수용해 '내부 후보 선정위원회'를 없애고 100% 회원 투표에 부치도록 지난해 규정을 바꾼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각 부문 수백 팀에 달하는 후보의 음악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일일이 들어보고 음악성을 따져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구 음악 중심의 인지도 투표'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다음 달 15일 부문별 최종 후보를 발표한 뒤 12월 1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제65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