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실물 공개·준비상황 발표, 내달 미 우주군기지로 이동
인간이 만든 물체가 처음 달과 가까워진 것은 1959년 1월. 달 표면으로부터 5,995㎞ 근접 비행에 성공했던 소련의 ‘루나 1호’가 세계 최초의 달 탐사선이란 이름을 얻었다.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까지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증명한 사건이자, 이후 본격적으로 이어진 우주 탐사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올해, 태극기를 단 탐사선이 처음으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한다. 자체 기술로 만들어져 우리가 직접 제어하고 운용하는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그 주인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3일 대전 항우연에서 ‘우주 여행’ 채비를 마친 다누리 실물을 공개하고 준비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달 궤도에 안착해 임무를 수행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로 달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달 탐사가 우주 탐사로 향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뜻깊은 도전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남들이 이미 다한 걸 이제 해서 뭐 하냐는 얘기도 많았지만, 가장 단순한 대답은 ‘대한민국 우주 탐사의 첫발을 떼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심우주 탐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누리는 달에 가기 위해 다소 특이한 방법을 택했다. 시간은 가장 오래 걸리지만 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 궤적을 따르기로 했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 사업단장은 “천체 사이의 ‘중력장 고속도로’를 타는 방식”이라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궤도 진입 시 감속량이 크지 않아 결과적으로 연료를 아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료의 70% 이상이 달에 진입할 때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연료로 더 많은 탑재체를 싣고 임무를 연장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달까지의 거리(38만4,000㎞)보다 훨씬 먼 156만㎞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심우주 항행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달 궤도선은 4개월가량 날아 12월 중순 달 궤도에 도착하고, 내년부터 1년 동안 6개의 탑재체로 정식 임무에 돌입한다. 현재 발사를 위해 몸을 접고 있는 다누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은 금색으로 빛나는 ‘섀도캠’이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공모를 통해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개발한 카메라로, 태양빛이 전혀닿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의 얼음 존재 가능성을 촬영하고 분석한다. 다누리에 섀도캠을 싣는 대신 미국은 심우주통신망(DSN)을 지원한다. 김 단장은 “나사가 처음으로 다른 나라와 하드웨어를 협력하는 사례”라며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일하는 것으로 이번 기회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 예정일은 8월 3일이다. 다누리는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다음 달 초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 미 우주군기지로 옮겨지고,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다. 팰컨9은 1단이 재활용되는 로켓인데, 이번 발사는 B1056 모델의 여섯 번째 비행이 될 전망이다. 김 단장은 “6번은 딱 적당한 정도의 재활용 순서”라며 “운이 좋다”며 웃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항우연은 2030년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다누리가 수집한 과학 데이터는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 원장은 “처음이라는 것은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라며 “세계가 우주 탐사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뤄낸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전=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