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우승 상금 180만달러…남동생 이민우도 유럽투어 골퍼
교포 선수 이민지(26·호주)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골프 대회 정상에 오른 뒤 "어릴 때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이민지는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 파인스의 파인 니들스 로지 앤드 골프클럽(파71·6천644야드)에서 끝난 제77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천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2위 미나 하리가에(미국)를 4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친 이민지는 US여자오픈 사상 72홀 최저타 우승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1999년 줄리 잉크스터(미국), 2015년 전인지(28)의 272타였다.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민지는 경기를 마친 뒤 "어릴 때부터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였는데 꿈을 이뤘다"며 "우승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그는 유독 US여자오픈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어릴 때부터 카리 웹(호주)이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소렌스탐 등이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가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동생 이민우(24)가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하는 '남매 골퍼'로도 잘 알려진 이민지는 국내 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는 우승 확정 뒤 동생과 통화했다며 "잘했다고, 내일 보자고 하더라"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12번 홀(파4) 버디로 6타 차 선두가 됐을 정도로 여유 있는 경기였지만 이민지는 "온종일 긴장했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다"며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였지만 그래도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80만달러(약 22억5천만원)로 역대 여자 골프 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올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상금이 200만달러로 예정돼있지만, 지금까지는 이번 대회가 여자 골프 역대 최대 규모의 우승 상금을 지급했다.
이민지는 "경기 중에 상금을 생각하고 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투어나 여자 골프를 위해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상금 증액을 반겼다.
그는 또 이번 우승으로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먼저 이 코스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소렌스탐, 웹, 크리스티 커(미국)의 뒤를 잇게 됐고, 호주 국적으로 웹(7승), 잰 스티븐슨(3승)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승 이상을 거둔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이민지는 "이런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즐거워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한 애슐리 바티(호주)에 이어 또 한 명의 호주 선수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민지는 "저는 은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세계 1위였던 바티는 1996년생으로 이민지와 동갑이지만 올해 3월 갑자기 은퇴했다.
이민지는 이어 "많은 소녀, 또 소년들도 마찬가지로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제가 좋은 롤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