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번 만난 인연으로 구조 나서
아시아 30대 과학자 선정된 유명한 로봇팀
로봇팀의 다른 소녀 25명도 추가 구조 계획
미국의 학자이자 무려 11명 아이의 어머니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로봇을 공부하는 유망한 아프간 소녀들을 극적으로 구조해 화제다.
이 여성은 아프간 소녀들을 2년 전 딱 한번 만났고 그동안 수시로 연락해온 인연으로 이번 구조에 나섰다.
19일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우주 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앨리슨 르노(60·여) 씨는 비영리기구인 '화성 탐사'(Explore Mars) 이사회에서 일해왔다.
그러던 중 2019년 미국에서 열린 '인간을 화성으로'(Human to Mars) 콘퍼런스에서 재기발랄한 아프간 10대 소녀들을 만났다.
이들은 여성 차별이 심한 이슬람 국가에서 16∼18세 소녀들로만 이뤄진 로봇공학팀을 꾸렸다는 점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언론은 이 팀을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의 미래이자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여성 권리 개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묘사했다.
포브스는 이들 '소녀 로봇팀'을 아시아에서 30세 이하 30대 과학자 및 발명가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르노씨는 이후로도 이들 아프간 소녀들과 계속 인연을 맺어왔다.
그녀는 그러나 최근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자 소녀들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직감을 떨칠 수 없었다.
소녀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르노씨는 자신의 인맥을 적극 활용했다.
이달 초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속한 짐 인호프 의원에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이미 아프간에서의 미국인 철수와 관련한 일로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그녀는 이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자신의 예전 룸메이트가 카타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룸메이트로부터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르노씨는 바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서 르노씨와 대사관에서 일하던 룸메이트는 아프간 로봇공학팀 소녀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수천km 떨어진 곳에 있는 소녀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비자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워야 했다.
르노씨는 NBC 방송에 "아주 작은 기회만이 있었다"면서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때때로 당신은 한 번의 기회만을 갖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예정됐던 비행기가 한 차례 취소된 뒤 10명의 소녀는 카불 공항을 통해 무사히 아프간을 빠져나와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2남9녀의 자녀를 둔 르노씨는 아프간 소녀들이 미국 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고등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2주간의 노력 뒤에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르노씨는 이번에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로봇공학팀 소녀 25명을 추가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 중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