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눈과 입 속이 건조해졌다고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다. 겨울철 일시적으로 입이나 눈이 건조한 증상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입과 눈, 코 점막, 피부 등이 마르고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이 기저 질환이나 다른 약을 복용하지 않는데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건조증후군’으로 불리는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세균ㆍ바이러스 감염, 신경계, 사이토카인, 자가면역 항체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병한다.
쇼그렌증후군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5년 1만7,634명에서 2019년 2만1,282명으로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7.7배가량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40대 이상 중년 여성 환자 비중은 전체 환자의 83%를 차지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양쪽 귀밑 침샘이 붓고 아프거나,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안구 및 구강 건조 증상을 호소한다. 초기에는 피로, 발열감, 관절통, 몸살 등 비전형적인 전신 증상으로 나타난다.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10% 정도는 환자에게는 광과민성, 홍반성 결절, 백반증, 건조증, 탈모 등의 피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 폐ㆍ위ㆍ콩팥ㆍ신경 등을 침범할 수 있으며 림프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일차성, 이차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 쇼그렌증후군은 다른 질환없이 쇼그렌증후군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주로 눈과 입에 영향을 준다. 이차성 쇼그렌증후군은 류마티스관절염, 전신 홍반성 낭창(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같이 나타날 때를 말한다.
쇼그렌증후군은 국제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침샘 및 눈물샘 분비량 검사, 입술 침샘 조직 검사, 안구염색 점수, 자가면역항체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쇼그렌증후군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대증(對症) 치료와 함께 질병의 근본 원인인 자가면역 염증 조절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치료법이 없다고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며 “생활습관 개선으로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므로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조 증상을 조절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구강 건조 완화를 위해서 꾸준한 수분 섭취로 입 속이 마르지 않도록 한다. 무설탕 껌을 씹어 침샘을 자극하는 것도 침샘 분비에 도움될 수 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ㆍ홍차ㆍ녹차 등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구강 건조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되도록 삼가야 한다.
안구 건조를 예방하려면 눈 피로를 줄 수 있는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 등을 피하고 인공 눈물을 자주 넣어 안구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재훈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은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류마티스내과의 정기적인 진료로 눈과 입 이외의 침범 여부를 확인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간혹 환자 가운데 증상과 통증이 없어졌다고 약물을 임의로 끊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