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21-01-22 10:10:29

참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최근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리얼리티 쇼‘배틀피시(Battlefish)’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제목에서 슬쩍 엿보이듯 어부들이 바다에서 바다 및 생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여름 내내 미국 북서부의 오리건과 워싱턴 주와 맞닿은 태평양에 참치떼가 찾아온다. 한해 내내 먹고 사는데 필요한 수입이 바로 이 참치철에 달려 있으니, 어부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최대한의 어획량을 확보하고자 안간힘을 다한다.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어선은 매일 바다로 출퇴근할 수 있지만 배도 비싸고 연료비도 많이 들어 선택할 수 있는 어부는 드물다. 대부분은 보급품을 쟁여 100~200㎞ 떨어진 근해로 나가 최대한 오래 버티며 참치를 잡는다. 모 아니면 도라고, 매일 대박이 터져 참치로 급냉 창고가 꽉 차거나 갑작스런 고장 등으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뭍으로 선수를 돌릴 수 있다.

 

참치가 걸려들면 마대자루 만한 굵기의 낚싯대를 간신히 가눠서는 낚인 참치를 갈고리로 찍어 갑판에 올린다. 그리고 펄쩍대는 참치의 아가미를 칼로 베어 숨을 끊고 피를 뽑아 낸 뒤 바로 배 밑의 급냉 창고에 집어 넣는다. 피로 생선의 맛이 나빠지지 않는 한편 신선도를 최선으로 유지하는 요령이다. 

파도는 거칠고 참치는 미친 듯 날뛰며 유혈이 낭자해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사방이 온통 바다다 보니 이 계절에는 쌀쌀하지만 그래도 외출조차 쉽지 않은 요즘 보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각자 다른 철학 및 도구를 갖춘 어선들이 참치를 잡아 올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모두의 만선을 기원하게 된다. 어부도 어선도 훨씬 많이 등장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망망하고 파도는 여전히 거친 까닭에 동시대의 ‘바다와 노인’ 같다.

어부들이 바다와 힘겹게 싸우며 잡은 참치에게는 두 갈래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최선 어선이 잡은 소수는 냉장 상태로 매일 뭍에 실려와 싱싱한 덕분에 최고가로 현지 레스토랑에 팔린다. 한편 선동된 채 입항하는 대다수는 그 상태 그대로 통조림 공장으로 직행한다. 참치 통조림이라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바로 그것일까? 쇼가 워낙 생생한지라 보고 있노라면 통조림이라도 좋으니 먹고 싶은 충동이 솟아 오른다.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흔하디 흔한 게 참치 통조림 아닌가.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참치회로 먹는 참치 어종은 해양 생태계에서‘심각한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참다랑어와 눈다랑어이다. <이미지투데이>

 

■ 회는 참다랑어, 통조림은 가다랑어

그렇지만 ‘배틀피시’가 돋운 식욕을 다스리겠노라고 편의점에 갔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우리가 참치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생선의 종류가 꽤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 헛갈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 참치가 우리 통조림의 그 참치가 아닐 수 있다. 말의 울타리 안에 다랑어는 물론 새치까지 복작복작 모여 있을뿐더러, 참치는 통조림뿐만 아니라 회로도 먹는다. 그 참치가 이 참치인 걸까? 

그렇지 않아서 그 참치와 이 참치가 다를뿐더러 맛과 질에 따라 서열도 또렷하게 구분돼 있다. 새치는 다음을 기약하고 다랑어의 계보만 살펴보자면 일단 맨 위부터 북방 참다랑어(Pacific Bluefin Tuna), 남방 참다랑어(Southern Bluefin Tuna), 눈다랑어(Bigeye Tuna)가 있다. 주로 횟감으로 소비하는 고급 어종이다. 바로 밑에 횟감과 통조림 사이를 오가는 황다랑어(Yellowfin Tuna)가 있고, 마지막 두 어종인 날개다랑어(Albacore)와 가다랑어(Skipjack Tuna)가 깡통의 단골 손님이다.

‘배틀피시’에서 전력을 다해 잡는 어종은 알바코어, 즉 날개다랑어이고 우리 통조림의 단골은 가다랑어이다. 말하자면 서열의 맨 아래 두 종류이지만 그래도 급은 엄연히 다르다. 알바코어 통조림이 가다랑어보다 3배쯤 비싸고 더 고급 식재료 대접을 받는다. 따라서 ‘배틀피시’의 참치를 기대하고 편의점에 갔다가는 실망할 수 있으며, 작정하고 찾지 않는 이상 통조림으로 날개다랑어를 먹을 가능성은 낮다. 인터넷을 뒤져 보아도 해외 직접 구매의 선택지만 눈에 들어오고 국산은 없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황다랑어 통조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의 통조림 참치가 서열 맨 꼴찌인 가다랑어라고 해서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부담 적은 단백질 공급원인데다가, 사실 가다랑어의 맛이 날개다랑어보다 더 진하기 때문이다. 참치를 ‘바다의 닭고기’라 일컬으며 홍보하는 통조림 기업도 있으니 안심하고 비유할 수 있다. 날개다랑어가 닭가슴살이라면 가다랑어는 허벅지살이다.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고급 참치 통조림은 날개다랑어로 만든다. <이미지투데이>

 

■ 성인이라면 주2회 섭취가 적당

1982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이후 약 40년에 걸쳐 참치 통조림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한식에 녹아 들었다. 찌개부터 전에 이르기까지, 못 만드는 반찬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참치 통조림을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걸까? 수은 탓에 해산물의 섭취에 좀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의 예외 없이 모든 해산물이 수은을 함유하고 있는데, 특히 임산부와 유아 및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참치도 예외일 수는 없는 팔자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서열이 높은 고급 횟감 어종이 더 위험하다. 통조림 신세인 날개다랑어나 가다랑어의 수은 함유량은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후자가 더 안전하다. 그렇다고 매일 먹어도 되는 건 아니고, 성인이라면 한 끼 최대 170g 기준 주 2회를 넘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통조림의 압도적인 다수가 가다랑어라고 해서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아니다. 야채, 김치, 짜장 등 다양한 가미 참치 말인가? 물론 그런 종류도 있지만 그 이전 단계에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이 있다. 

바로 기름과 물이다. 원래 참치 통조림이라면 식용유에 재워 가공한 게 표준이었지만, 지방의 열량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로 물에 재운 참치가 등장했다. 실제로 둘을 비교하면 반 컵 기준으로 기름에 재운 참치는 145, 물에 재운 참치는 66칼로리이다.

두루 살펴보아도 물에 재운 참치가 대세이기는 하다. 최대한 걷어내더라도 참칫살이 기름을 물보다 많이 머금기도 하거니와, 물에 재운 참치에 오메가-3가 더 많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기름에 재울 경우 좀 더 잘 감춰지므로 질이 낮은 참치를 쓴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대체로 ‘지방/열량=맛’이니 물에 재운 참치의 맛이 확실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식의 식재료라는 차원에서는 참치 통조림을 딸려 오는 기름(채소나 조개 등으로 맛을 낸다)과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어렵다. 찌개 같은 국물 음식의 바탕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이 배제됐다는 이유로 물에 재운 제품의 간이 기름에 재운 것보다 더 센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비교해보고 골라야 한다. 높은 열량을 감수하고 맛을 좇겠다면 대안으로 식용유 아닌 올리브기름에 재운 참치도 있으니 참고하자. 국내에서는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된 병조림을 찾아볼 수 있는데, 종종 ‘차라리 쇠고기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있다.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 고갈 위기에 처한 참치

마지막으로 수은 함유량과 마찬가지로 참치에게도 해산물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바다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걸린다. 사실은 이제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처음 미국산 날개다랑어 통조림의 포장에서 ‘돌고래 무첨가(Dolphin Free) 참치’라는 문구를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선하다. 돌고래 무첨가 참치라니, 그렇다면 돌고래 첨가 참치도 있다는 말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통조림용 참치를 둘러싸고 아픈 사연이 있었다. 바로 남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무차별적 피해이다.

원래 통조림용 참치 어획의 대세는 집어 장치였다. 물 위에 떠 있는 부유물체를 안식처라 여기는 본능에 착안해 물에 스티로폼을 띄워 작은 수중생물을 유인하고, 주위에 폭 200m, 깊이 2㎞ 수준의 그물을 쳐 구역 전체의 어종을 잡아들인다. 

상위 포식자인 참치의 효율적인 포획을 추구하다가 돌고래는 물론, 오리나 갈매기 같은 조류까지 피해(혼획)를 입힌다. 또 다른 수단인 연승어법은 명칭처럼 낚싯바늘이 달린 줄을 길게 늘어뜨려 참치를 낚는데, 역시 남획과 혼획을 피할 수 없다. 해양 자원 고갈에 대처하고자 어획량 제한 및 채낚이를 통한 개별 포획 등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참치업계는 남획과 혼획의 평판으로부터 아직 투명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다. 그린피스가 마지막으로 발간한 2013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에는 해양 생태계를 존중하며 잡는 ‘착한 참치’가 없다.

인류의 오랜 남획으로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참치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서열 1, 2위의 고급 횟감 참다랑어류는 이제 최고 위험 수준인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과 ‘멸종 위기종(Endangered)’에 속한다. 서열 아래로 내려올 수록 위기 단계도 낮아지지만 상대적일 뿐이니 날개다랑어는 ‘위기 근접종(Near Threatened)’이다. 

가다랑어나 돼야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이지만 분류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48년쯤 해양 생태계가 고갈될 수도 있다고 하니 서열 낮은 통조림 참치마저도 의식하며 먹는 게 바람직하다.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마트서 파는 참치 캔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주한미대사관 비자전담데스크 출범, 비자에 ‘각주’ 달아 이민국 단속 방지
주한미대사관 비자전담데스크 출범, 비자에 ‘각주’ 달아 이민국 단속 방지

대미투자 기업·협력사 근로자각주 달아 입국 및 단속예방  9월 30일 워싱턴DC에서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새인가, 비행기인가?”…상공서 집 찍는‘AI 풍선’등장
“새인가, 비행기인가?”…상공서 집 찍는‘AI 풍선’등장

집 위 상공에 정체 불명의 물체가 떠다니고 있다면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주택가 상공에 떠오른 풍선형 로봇들이 주택 지붕과 마당, 동네 구석구석을 촬영하는 사례가 자주 보

‘즉시 입주 가능’?… 자칫 불량‘레몬 하우스’일 수도
‘즉시 입주 가능’?… 자칫 불량‘레몬 하우스’일 수도

이른바 ‘즉시 입주 가능’(Move-in-Ready)한 매물을 선호하는 바이어가 많다. 큰 공사를 실시할 필요 없이 바로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즉시 입주 가능하다는 말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라”… ‘이것’ 넣으면 1급 발암물질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라”… ‘이것’ 넣으면 1급 발암물질

어젯밤 생선구이를 다시 데워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구는 전자레인지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생선 같은 해산물만큼은 전자레인지에 넣지 않는 편이 좋다. 28일 식품의약품안

겨울 되니 ‘이 바이러스’ 돌아왔다…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려야”
겨울 되니 ‘이 바이러스’ 돌아왔다…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려야”

겨울철에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모든 연령층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고 전파력 또한 강해 주의해야 한다. 29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

현금인출기처럼 자금 확보 수단…‘ATM’급증
현금인출기처럼 자금 확보 수단…‘ATM’급증

지난 1년간 금융시장에서 특정 기업들을 두고‘ATM 발행사’(ATM Issuer)라는 표현이 부쩍 늘었다. 여기서 ATM은 자동입출금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At-The-Mark

“늙었다고 무시마세요”… 베이비부머 ‘최대 부자세대’
“늙었다고 무시마세요”… 베이비부머 ‘최대 부자세대’

‘금융·주택’ 자산 등 85조 달러↑과거 경제 호황기 높은 저축률집값 상승 혜택 고스란히 누려절반은‘주식·채권’등 금융자산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이 85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미 대학 입시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미 대학 입시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UVA, 추가 에세이 폐지대학이 먼저 합격 제시정치 편향 캠퍼스’확산 미국 대학 입시계가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4년제 대학 학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면서 지원 간소화에서

‘소규모 수업·저렴한 등록금’… 커뮤니티 칼리지 FAQ
‘소규모 수업·저렴한 등록금’… 커뮤니티 칼리지 FAQ

‘개방형 입학’ 거의 누구나 입학 가능취업시장 진출 돕는 ‘실무형 교육’4년제 편입 경로로도 많이 활용펠 그랜트 등 각종 재정 보조 가능 커뮤니티 칼리지는 주로 공공기관 형태로 운

H-1B심사 ‘검열(표현의 자유) 이력자’ 걸러낸다

전문직 취업비자 심사 강화,트럼프 “우파 목소리 검열서 억압” 이력서·링크드인 프로필 검토 지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신청자가 ‘온라인 검열’ 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