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서구화ㆍ활동량 감소 등 생활습관 변화로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당뇨병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0세 이상 7명 중 1명(500만명)이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전(前) 단계(870만명)까지 포함하면 1,370만명이다. 그야말로‘당뇨병 대란’이다.
‘당뇨병 치료 전문가’인 이우제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가 이끄는 당뇨병센터는 13개 진료과가 1년에 9만명 이상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센터는 최근 미국 뉴스위크‘2021 임상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국내 1위, 세계 4위에 올랐다.
-당뇨병은 이제 국민병으로 자리 잡았는데.
당뇨병은 당화혈색소가 6.5% 이상, 공복 혈당이 126㎎/dL 이상, 75g 경구 포도당부하 검사 2시간 후 혈당이 200㎎/dL 이상일 때를 말한다. 그런데 당뇨병은 평소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뇨병약만 제대로 먹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혈액 속 당분 즉 혈당이 높아진 상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다.
그러면 눈ㆍ콩팥ㆍ발ㆍ심장 등에 합병증이 생기고 환자는 평생 괴롭게 된다. 성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신부전과 투석(透析)의 가장 중요한 원인도 당뇨병성 신장병증이다. 또한 당뇨병은 다리 절단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고, 당뇨병이 있으면 관상동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2~3배가량 높아진다. 당뇨병은 한마디로 ‘소리 없이 온몸 구석구석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따라서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개개인 상황에 맞는 꼼꼼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습관 조절은 제대로 하는지, 혈당은 어떻게 변하는지, 체중 변화는 없는지, 눈ㆍ콩팥ㆍ발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등을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데이터를 축적ㆍ관리해 당뇨병 환자의 변화를 빨리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전 단계’도 크게 늘었다.
건강검진이 활발해지면서 당뇨병은 아니어도 공복 혈당이 정상과 당뇨병 중간에 있는 ‘당뇨병 전 단계’(공복 혈당 100~125㎎/dL)인 사람이 크게 늘었다.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도 870만명이나 된다. 특히 젊은층의 당뇨병 전 단계 환자가 급증해 30대의 당뇨병 전 단계가 130만명이나 된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는 약을 먹기보다는 식사ㆍ운동요법 등 생활 습관 개선을 시행한다. 이처럼 약을 먹지 않기에 병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기 쉬워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다른 합병증까지 겪게 된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도 심근경색ㆍ뇌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5배 더 높다. 게다가 당뇨병 전 단계라도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혈당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혈당이 계속 높다면 ‘메트포르민’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당뇨병 전 단계이거나, 비만이거나, 임신성 당뇨병을 겪었는데 출산 후에도 당뇨병 전 단계라면 약물 치료를 병행한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당뇨병약이 많이 나왔는데.
당뇨병 치료약 가운데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가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혈당 조절을 넘어 다양한 장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GLP-1 유사체인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는 1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 저혈당이 잘 생기지 않고 몸무게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 ‘REWIND’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이 12% 줄어든 것도 확인됐다.
SGLT2 억제제도 여러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예방과 콩팥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은 EMPA-REG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사망률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낮춘다는 결과를 내놨다.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는 DECLARE-TIMI 연구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줄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2006년 센터 개소 이래 당뇨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뇨병과 관련된 상담ㆍ진단ㆍ치료ㆍ교육 등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센터 내에 5개 클리닉(당뇨망막ㆍ당뇨족부ㆍ당뇨신장병ㆍ심혈관질환ㆍ뇌건강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13개 진료과 교수진과 4명의 전문 코디네이터가 당뇨병과 합병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 전담 간호사가 혈당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입원 환자를 찾아가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