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서 오셨습니까
억만년 산을 넘고 들을 지나
호수처럼 맑은 눈망울로
드디어 오늘 오셨습니까
지난 시절 우리가 어떠했는지
억겁의 시간부터 알고 오셨습니까
따뜻한 체온 나눌 수 없었던
환한 미소 볼 수 없고
두려운 눈빛이 언어가 되었던
손 뻗으면 아직 거기있는 아픔들 속으로
새해여, 당신이 오셨습니까
당신은 자비한 소를 닮았습니다
남을 해치지 말고
게으르지 말고
생각을 곱씹으라는
새해여, 당신은
오래된 영광
묵은 상처 다 갈아 엎고
낮은 거리나 높은 성이나
불 꺼진 간판이나 신음하는 병원이나
한날한시 우리 모두에게
태양의 흰 수레를 타고 오셨습니다
소처럼 큰 눈으로 희망을 바라 보라고
빛나는 뿔 우뚝 당당하게 살라고
마침내 오신 신축년 새해여!
안경라 시인- 재미시인협회장. ‘한글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미주동포문학상·가산문학상·제1회 해외풀꽃시인상 수상. 시집‘아직도 널 기다려’ ‘듣고 싶었던 말’ ‘물소리 바람소리’(공저) 등.
<안경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