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21개 진입로에 철책과 대형트럭 세우고 출입 통제
의사·슈퍼 종업원·피자 배달원 등 '영웅' 39명과 가족만 참석
2021년을 맞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문자 그대로 철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전날 오후부터 타임스스퀘어 주변 21개 도로 입구에는 경찰 철책이 설치됐고, 대형 트럭들이 동원돼 길목을 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공개로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에 일반인 출입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한 뉴욕경찰(NYPD)의 대책이었다.
앞서 NYPD는 트위터를 통해 타임스스퀘어 통제선 안쪽뿐 아니라 바깥쪽의 행인 통행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까지 했다.
뉴욕시에 따르면 매년 새해맞이 행사에 타임스스퀘어 주변에 모이는 인파는 100만 명에 달한다.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찌 됐든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방치해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만은 피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단호한 입장이었다.
출입 통제 구역에 있는 5개의 호텔 숙박객들에게는 호텔 밖으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질 정도였다.
당국의 방침대로 신년행사에 일반인 출입은 차단됐다.
행사를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의사와 슈퍼마켓 종업원, 피자 배달원 등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해 '영웅' 칭호를 받은 39명과 그들의 가족뿐이었다.
내년 임기가 끝나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부부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버튼을 눌렀고, 해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1천300㎏에 달하는 종이가루가 타임스퀘어에 뿌려졌다.
이 장면은 방송과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관광객들은 경찰 통제에도 불구하고 통제선 근처에 모여들기도 했다.
철제 펜스 너머로 110m 높이의 원 타임스스퀘어 빌딩 위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털 볼'을 어렴풋이라도 직접 보고, 특설무대에 서는 가수들의 노래도 직접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남부 아칸소주(州)에서 뉴욕을 방문한 20대 커플 딜런과 샤이는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크리스털 볼이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어서 실망스럽다"면서도 "통제선 바깥에서라도 그 장면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1970년대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부른 글로리아 게이너의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자, 통제선 바깥의 시민 중 일부는 후렴구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당초 NYPD는 통제선 바깥에 인파가 몰리면 적극적으로 해산시키겠다는 경고도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의 경관들은 새해를 축하하려는 시민들을 제지하진 않았다.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온 30대 여성 멜리사는 "한 경찰관이 새해맞이 행사가 끝나면 15분 이내에 통제가 풀릴 것이라면서 그때 타임스스퀘어에 갈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라디오시티 극장 주변의 공원 등 통제선과 떨어진 지역에선 수백 명 규모의 인파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경찰력이 미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