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얼굴에 찬바람만 스쳐도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다. 얼굴 한쪽에 10초에서 2분 정도 송곳으로 찌르거나 감전된 것처럼 통증이 지속된다. 통증은 간헐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삼차신경통’일 가능성이 높다.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은 얼굴과 머리에서 오는 통각과 온도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뇌신경이다. 12개의 뇌신경 가운데 ‘제5뇌신경’으로 불리는 가장 큰
뇌신경으로 이마ㆍ뺨ㆍ아래턱 감각을 담당한다. 대부분 감각신경으로 역할을 수행하지만, 일부는 운동신경으로 작용해 음식물을 씹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씹기 근육을 조절한다.
◇얼굴 부위 극심한 통증… 치통 오인해 발치하기도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주로 중년ㆍ여성에게 많이 나타나고, 매년 10만명당 4~5명꼴로 발생한다.
특히 뺨과 아래턱 신경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간혹 턱관절 문제나 치통으로 생각해 불필요하게 신경치료를 받거나 발치를 하기도 한다. 흔히 대화하거나 날씨가 추워지고, 식사ㆍ세안ㆍ양치할 때처럼 가벼운 자극이나 접촉으로 통증이 생겨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허륭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많은 삼차신경통 환자가 치과를 먼저 찾지만 충치 치료와 신경 치료를 해도 통증이 여전히 지속될 때가 많다”며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해보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삼차신경통 원인은 90% 이상이 삼차신경이 뇌혈관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10% 정도는 뇌종양이나 뇌혈관 기형 등의 다른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뇌혈관과 뇌신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뇌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 검사를 통해 신경에 대한 혈관 압박 여부와 종양이나 혈관 기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갑자기, 칼로 베이는 통증 반복해 나타나면
삼차신경통은 얼굴에 갑자기 칼로 베이는 듯한 예리한 통증이 수초에서 수분간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삼차신경 주위에 혈관이 닿아 신경을 자극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통증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거나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심하면 신경외과에서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수술을 진행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