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손이 떨리는 수전증은 흔히 겪는 증상의 하나다. 그런데 이런 손떨림이 파킨슨병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손 떨림은 손을 들거나 물건을 잡으려 움직일 때 나타나는 ‘운동 시 떨림’, 가만히 손을 내려놓고 쉬고 있을 때 떨리는 ‘안정 시 떨림’, 물체를 잡기 직전 손이 크게 떨리는 ‘말단성 떨림’ 등으로 나뉜다.
운동 시 손이 떨리는 증상의 대부분은 ‘본태성 떨림일 경우가 많다. 본태성 떨림은 주로 컵을 들거나,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 손을 움직이거나 자세를 취할 때 생기는 떨림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지장이 된다면 떨림 정도를 줄이는 대증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주로 교감신경을 베타차단제ㆍ항경련제ㆍ향정신성 약물 등으로 치료한다.
약물 요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떨림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뇌의 시상핵 등을 자극하는 뇌심부자극 수술을 시행한다. 이는 신경외과학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전신 마취가 필요한 개두술인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밖에 약물 부작용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ㆍ저혈당 같은 내과 질환에서도 손 떨림이 생길 수 있다.
평소 괜찮다가 심한 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 추운 날씨, 커피나 홍차를 많이 마신 후 겪는 ‘운동 시 떨림(과장성 생리적 떨림)’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손 떨림을 유발하는 요인만 피하면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다만 손을 편안히 무릎에 올려놓거나 손을 쓰지 않고 걷고 있는 도중 나타나는 ‘안정 시 떨림’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손 떨림과 함께 어지러움, 발음 장애, 보행 이상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소뇌 등 뇌병변에 의한 증상일 수 있어 이 역시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
김진희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전증은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생활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우울증을 일으킬 때가 많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