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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고혈압, 혈압 측정만이라도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20-10-26 10:10:44

고혈압,젊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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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커지면 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열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ㆍ가래에다 콧물이 나면 으레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병원에 가면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증상을 완화해 주는 약이나 주사를 처방한다.

 

반면 고혈압 환자는 대개 증상이 없어 제 발로 고혈압 클리닉을 찾는 사람이 드물다. 혈압이 높은 줄도 모르고 살거나,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아도 그냥 살다가 숨차고 몸이 부어서 응급실로 들어와 심장 기능(온 몸에 피를 순환시키는 펌프 기능)이 떨어져 폐에 물이 차는 심부전을 진단받는다. 때로는 극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겨 뇌출혈 진단을 받기도 한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로 들어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막힌 관상동맥을 뚫은 뒤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이 심부전이나 뇌출혈, 심근경색증 같은 합병증으로 나타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고혈압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이고, 전 세계 사망 요인 가운데 1위다. 전 세계 성인 3명 가운데 1명이 고혈압 환자일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고혈압 환자가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하만이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알고, 혈압이 적정 목표에 도달되는 조절률이 절반 이하다.

 

나이가 들면 동맥이 딱딱해지면서 혈압이 자연히 올라간다. 60세 이상에서 절반 이상이 고혈압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서 고혈압ㆍ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과 암이나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노인만 그럴까. 정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30대는 10명 중 한 명, 40대는 10명 중 두 명이 고혈압 환자다. 하지만 30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고혈압인 줄 모르고 3분의 1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특히 30대는 5분의 4 이상이 고혈압인 줄 모르고 있고, 치료도 받지 않는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절반 정도가 혈압 조절이 되는데 반해 30대는 치료를 받지 않아 10명 중 1명 정도만 조절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조절되지 않거나 방치된 고혈압 환자의 결과는 뻔하다.

 

고혈압 환자는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짧은 진료 시간에 그들의 기구한 운명 같은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이가 들면 나이만큼 살아온 세월이 다 사연이다. 젊으면 세월의 사연은 적지만 나름의 핑계와 이유가 있다.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수험생으로 대학 입학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대학 시절에는 취직 공부나 면접에 시달린다. 어찌해서 취직하면 어느새 30대 후반이어서 승진에 매달린다. 결혼했으면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 관리로 삶이 고되다고 불평하는 환자도 적지 않게 본다.

 

회사 여건이 되면 건강검진이라도 챙겨 주는데 혈압ㆍ콜레스테롤ㆍ혈당 같은 말이 30대에게는 당장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40~50대인 학교나 직장 선배가 뇌출혈ㆍ심근경색증 등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잠깐 관심을 가지지만 그때뿐이다. 몸을 돌볼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데 30대에게는 건강은 대부분 뒷전이다.

 

고혈압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자동혈압계로 측정만 해도 알 수 있는 진단이 가장 쉽고 간편한 질병의 하나다. 진료실에서 140/90㎜Hg을 넘기거나 가정에서 135/85㎜Hg를 넘기면 고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증상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 합병증이 나타나 몸이 상하고 가정이나 직장을 지키지 못하기 전에 자기 몸을 돌보는 슬기로움을 이 어려운 시대를 사는 젊은 고혈압 환자가 꼭 가졌으면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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