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인 K씨는 요즘 들어 부쩍 손에 힘이 빠져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걸음이 휘청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뇌졸중을 의심했다. 여러 병원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결국 정형외과를 찾아 검사한 결과 ‘경추척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목뼈)의 퇴행성 질환 때문에 발생한 압력이 척수를 누르면서 손과 다리 근력이 약해지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병이다. 특히 손의 세밀한 동작을 잘하지 못해 물건을 쉽게 놓치고, 글씨체가 바뀌고, 젓가락질이나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기가 어려워진다.
또 다리 근력이 약해져 걸을 때 걸음이 휘청이는 등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대변과 소변을 조절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증상은 대개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에 미세한 이상 소견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경추척수증의 발병 초기에는 목과 어깨 주변부에 통증이 생기고 팔을 사용하기 어려워 목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또 손과 발 기능이 떨어지고 마비 증상이 생기면 뇌 질환을 의심하겠지만 환자 상당수가 머리 문제가 아닌 경추척수증으로 인한 증상을 나타낼 때가 많다.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경추척수증은 다른 질환으로 오진해 엉뚱한 방향으로 치료할 때가 많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며 “진단이 늦어지면 심각한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까지 생길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경추척수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척수신경이 압박돼 척수 기능이 떨어진다. 선천적으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거나, 경증 추간판탈출증이 있거나 퇴행성 질환으로 자란 뼈가 조금만 커져도 척수신경을 압박할 수 있다.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넓을 때라도 중증 추간판탈출증이 있거나 척추뼈 사이의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후종 인대가 뼈로 변하는 후종인대골화증 등이 있다면 척수신경의 심한 압박으로 인해 경추척수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온몸으로 가는 모든 신경이 압박되는 상태이므로 팔다리 기능이 떨어지고, 전신 통증, 감각 이상 등이 흔히 나타난다.
말초신경이 압박되는 목디스크는 약물ㆍ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추신경이 눌리는 경추척수증은 보존적 치료로 나아지기 어려우므로 신경이 심하게 압박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강 교수는 “손 기능과 걸음걸이 이상 등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환자 병력과 신체 진찰에서 경추척수증이 의심되면 목 부위에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경추척수증을 확진한다. 이때 MRI 검사는 척추 질환 진단, 신경 압박 정도, 수술 치료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검사 결과,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고 있다면 환자 나이와 전신 상태를 고려해 수술을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환자 나이가 젊고 척추관 협착이 심하다면 예방 차원에서 이른 시기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은 척수증 정도, 척추 분절 숫자 등을 고려해 전방ㆍ후방 접근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척추 퇴행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경추척수증을 완벽히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척추 주위 근육량을 늘이고 신체 균형을 유지해 경추척수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컴퓨터,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 구부정한 자세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울 때가 많으므로 지속적으로 스트레칭을 해 주고, 잠깐 일어섰다 앉으면서 다시 올바른 자세를 가다듬는 등의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