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이 한국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국적법 헌법소원이 마침내 받아들여졌다.
헌법재판소는 24일(한국시간)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만 18세 되는 해 이후 국적이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에 대해 7대2로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리고 문제가 된 법률 조항을 2022년 9월30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관련 국적법 조항이 한국 국회에서 개정되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선천적 복수국적 신분이 된 미국 태생 한인 2세들이 한국 방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부기관 취업 및 사관학교 입학 등에 받아오던 불이익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국회는 내년 9월 말 이전까지 앞으로 1년 내에 관련 국적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만약 국회에서 이때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자 국적이탈 제한’ 조항은 2022년 10월1일부터는 자동적으로 무효화된다.
단 헌법재판소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해당 조항이 즉각 효력을 상실하는 ‘위헌’ 결정 대신 ‘헌법 불일치’로 판시해 내년 9월30일까지는 효력이 유지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한인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가 한인 혼혈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크리스토퍼 멀베이를 대리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나온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에는 유사한 헌법소원에 대해 4대5로 기각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에 5년만에 마침내 헌법 불일치를 인정한 것이다.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인 미국 태생 한인 2세가 한국 국적법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 후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없게 해 많은 한인 2세들이 한국 방문시는 물론 미국 정부기관 취업 불이익 등 피해를 당하고 있어 그동안 이번까지 5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 요지문에서 “이 결정은 대한민국 남성인 복수국적자가 18세가 되는 해의 3월31일이 지나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에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들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어 “복수국적자 중 한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고 한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 이행 시기에 근접해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를 저해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대신 미국 태생 한인 2세들과 같이 “외국에서만 주로 체류, 거주하면서 대한민국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일률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