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음료를 마시다가 치아가 시릴 때가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경부 마모증’이 원인일 때가 많다. 치경부 마모증은 치아 목 부분(치경부)에 해당하는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에 V자 모양으로 홈이 생기는 증상이다.
치아의 바깥 부분인 법랑질이 마모되는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다가 홈이 깊어지면서 상아질이 외부로 노출되며 치아가 냉온 자극에 민감해진다. 이때 이가 시린 증상을 겪게 된다.
치경부 마모증은 일반적으로 이물질과 치아의 기계적 접촉에 의해 치아의 가장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이 마모되면서 생긴다.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수평 방향(좌우)으로만 움직이는 잘못된 칫솔질 습관 때문이다. 치경부 마모증이 발생하는 원인의 대부분이다. 특히 뻣뻣한 칫솔모를 사용한다면 부드러운 칫솔모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 오징어 등 질긴 음식을 자주 씹거나 이갈이, 이를 꽉 무는 습관 등 치아에 과도한 힘을 가하는 습관이 있을 때다. 이럴 때에는 힘이 치아 목 부분으로 전달되면서 치아가 떨어져 나가고, 이 부위에서 마모가 생길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치아가 산(酸)과 자주 접촉할 때다. 과일주스나 스포츠 음료 등 산성 음료를 자주 마시거나 위장 장애, 섭식 장애, 잦은 구토 등으로 치아가 산이나 위액과 자주 접촉하면 치아의 단단한 조직이 닳아 치경부 마모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치경부 마모증을 꼭 치료해야 할까.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은 단단한 법랑질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법랑질이 마모되면 상아질이 외부로 노출된다.
상아질은 법랑질보다 경도가 낮기 때문에 더 빠르게 치아가 마모된다. 게다가 마모된 부위에는 음식물이 쌓여 치아우식증(충치)이 생길 수 있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아가 부러질 수도 있다.
송윤정 관악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치과보존과 전문의)는 “특히 치아의 목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신경이 가까이 있어 마모를 방치하면 신경이 외부로 노출돼 신경 치료(근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초기에 홈이 생겼지만 그 이상 마모되지 않았다면 주기적으로 점검만 해도 되므로 이가 시리거나 통증이 없더라도 홈이 보인다면 치과를 찾아 검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치경부 마모증 치료는 마모 정도에 따라 다르다. V자 홈이 작아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다면 주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검진해야 한다. 홈이 뚜렷하다면 치아 색깔과 비슷한 복합레진이나 글라스 아이오노머 등 충전재로 파인 홈을 메워 치아가 더 이상 마모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치아가 심하게 마모됐다면 신경 치료를 하고 크라운으로 씌워야 한다. 조낙연 관악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치과보존과 전문의)는 “치경부 마모증를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마모 원인을 파악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치료하면 다시 마모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