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혈뇨)은 방광암ㆍ신우요관암 등 비뇨기암의 대표적인 증상이어서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정부가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에는 소변 검사가 포함돼 있지만 소변 색깔, 농도, 단백뇨 여부 정도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병ㆍ의원에서는 진료에 필요한 소변 검사를 할 때 혈뇨 여부를 기본적으로 확인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의 소변 검사(유로빌리노겐 단백당 요잠혈 빌리루빈 케톤체 pH 아질산염 백혈구)에 혈뇨 검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혈뇨는 콩팥ㆍ요로계 이상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검사 항목이다. 사구체신염이나 신우신염 같은 콩팥의 염증성 질환, 요로 결석, 콩팥암, 방광암 같은 비뇨기계 종양도 1차 진단 표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혈뇨가 약물 복용, 심한 운동이나 충격 등으로 일시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사구체신염, 악성 고혈압, 콩팥 결핵, 방광암, 전립선암, 콩팥암 같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질환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했다.
주관중 대한비뇨의학회 보험이사(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혈뇨는 환자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 눈으로 봐서는 정상이므로 현미경으로 적혈구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혈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한비뇨의학회가 지난해 50~74세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5%가 혈뇨를 겪었지만 이 가운데 36.5%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뇨가 나타났을 때 대처하기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비율이 58.1%로 나타났다. 혈뇨가 비뇨기계에서 발생하는 암 증상의 하나라는 인식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25.6%에 그쳤다.
혈뇨가 생기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금속 재질로 된 ‘경성 방광내시경’은 전통적으로 시행되던 방법이다. 검사 도중에 통증이 종종 수반되는 단점이 있어 특히 요도가 긴 남성 환자의 검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방광내시경 관련 설문 조사에서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응답자의 50.5%는 ‘향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연성 방광내시경은 유연하게 휘는 재질로 돼 있어 검사할 때 통증이 아주 적다. 설문 조사에서 경험자 가운데 ‘연성 방광내시경을 추가로 받을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0%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에 따라 연성 방광내시경 확산을 통해 비뇨의학과 방문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혈뇨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