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히스패닉계 식품회사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칭찬했다가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10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고야푸드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우나누에는 전날 백악관에서 라틴계 미국인의 경제·교육 기회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했다.
그는 발언대에 서서 "우리 모두는 건설업자인 트럼프 대통령 같은 지도자를 갖게 돼 진정 축복받았다"며 "우리에겐 믿을 수 없는 건설업자가 있다. 우리의 지도력과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1936년 스페인 출신 이민자 부부가 설립한 고야푸드는 2천500가지의 식품을 생산하며 스스로 미국에서 히스패닉계가 소유한 가장 큰 식품회사라고 부른다. 미국 식료품점 어디서든 이 회사 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나누에의 이 발언은 즉각 반발을 불러왔다.
히스패닉계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고야 제품 구매를 재고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고야 보이콧', '고야푸드', '고야 퇴출' 등의 해시태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반이민 정책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히스패닉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36%포인트 차로 따돌린다는 결과도 나왔다.
우나우에는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지 않겠다면서 불매운동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자 이중 잣대라고 받아쳤다.
그는 자신이 2012년 당시 미셸 오바마 여사의 건강식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초청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에게 초청받으면 '나는 바쁘다'고 거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날 행사 때 200만개의 식품을 기증하겠다고도 밝혔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사람들이 음식을 포함해 모든 것을 그렇게 정치화하는 것은 단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지나친 정치 지형이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