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 이모씨는 지난달 29일 한국의 모친이 위중하다는 급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씨가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모친이 돌아가셨지만 이씨는 모친의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면 14일 간 무조건 시설격리나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 모친의 장례는 이미 치러졌지만 이씨는 현재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주일 넘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격리 중이다. 시설격리에 들어가는 호텔 비용은 정부 지원도 없어 하루 10만원씩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LA의 직장 여성 박모씨는 다음달 부친의 팔순 행사와 조카 결혼식 등이 겹쳐 있어 한국 방문을 몇 달 전부터 계획했다가 고민에 빠진 경우다. 6월 중순에 한국에 가기 위해 올초 비행기 티켓까지 구입해놨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한국에 꼭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2주간 격리를 당하고 나면 행사들에 어떻게 참석하겠느냐”며 “격리 기간까지 합치면 최소한 3주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데 회사를 무작정 비울 수도 없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에 따라 모든 한국 입국자들이 의무적으로 한국 내에서 2주간 격리 대상이 되는 가운데 이로 인해 이씨의 경우처럼 상을 당하거나 긴급한 일 때문에 한국을 찾는 미주 한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를 의무화했다. 한국민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자가 격리, 그리고 단기체류 외국인은 시설 격리가 원칙이다. 여기서 외국인에는 한인 미 시민권자도 포함된다. 단기체류 외국인이라도 한국인이나 장기체류 외국인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인 경우 자가 격리가 허용된다.
한국에서 2주간의 격리 기간에는 전화를 통한 동선 확인 등 원격 모니터링을 받게되는데, 격리 조치 위반시 외국인은 비자 및 체류 허가가 취소되고 위반의 심각성에 따라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인은 벌금 1,000만원 이하 또는 징역 1년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요한 일로 한국을 방문해도 외부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한인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한국 방문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직계존속 장례식의 경우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출국 전 총영사관에서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있어 많은 한인들이 이를 모르는 있는 상황이다.
LA 총영사관에 따르면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 자매(2촌)의 장례식 참석하는 경우 ‘격리 면제서’를 발급해준다.
이상수 법무영사는 “일반인의 경우 인도적인 목적에서 장례식을 유일하게 격리 조치의 예외로 두고 있다”며 “출국 전 총영사관에서 격리 면제서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해 출입국관리소와 검역소에 제출하면 격리가 면제되고 장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발급을 위해 기본적으로 여권과 함께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이 필요하지만, 급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다른 확인 절차를 고려해볼 수 있으니 총영사관으로 일단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 활동 목적의 경우’라는 예외 조항도 있지만, 정부가 인정한 사업으로 관련부처 서한 또는 공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드문 경우로 보인다. 문의 (213)385-9300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