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대학병원서 공통으로 발견…원인·치료법 오리무중
"코로나19로 뇌졸중 일으킨 30∼40대 환자 눈에 띄게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혈액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젤리처럼 뭉쳐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미국 대형병원에서 공통으로 여러건 발견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터프츠대학 병원, 예일대학 뉴헤이븐병원, 펜실베이니아대학병원, 브리검 여성병원, 뉴욕 장로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최근 화상회의에서 각 병원에 입원한 일부 코로나19 환자들 혈액 속에서 혈전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혈액 응고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와 치료 방법을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으나, 이 현상이 어쩌면 왜 그렇게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자택에 머물던 중 숨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애틀랜타 에모리대학병원 산하 10개 병원 중환자실에서도 혈액이 뭉치는 현상이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환자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항응고제, 혈액 희석제를 넣어도 소용이 없었고, 투석기는 하루에도 몇번씩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를 부검해봐도 폐 속을 가득 채운 미세한 혈전 수백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혈관 속 혈전의 크기가 커지면 피가 뇌와 심장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뇌졸중과 심장마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연령, 기저질환 측면에서 뚜렷한 패턴이 없는 코로나19 사망자 중 일부는 어쩌면 바이러스로 혈액에 심각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미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의료진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폐뿐만 아니라 신장, 심장, 내장, 간, 뇌를 공격하는 위험한 바이러스라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병원 의사이자 중환자의학회장인 루이스 캐플런은 매년 심각한 혈액 응고 합병증 환자를 치료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응고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왜 혈전이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고 그래서 두렵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 어빙 메디컬센터 베누드 비크델리 연구원은 "코로나19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급성 호흡곤란이지만 혈액 합병증도 그리 뒤처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증세를 악화하는 3대 원인 중 하나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CNN 방송도 코로나19가 환자의 혈액을 응고시킨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는 와중에 기저 질환이 없던 30∼40대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겪는 사례가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토마스 옥슬리는 CNN과 인터뷰에서 증상이 없었거나, 가벼운 증상만 보였던 50세 미만 코로나19 환자 5명에게 갑자기 뇌졸중이 찾아온 사례를 소개했다.
옥슬리는 지난 2주 동안 병원에서 젊은 연령대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이 7배나 증가했다며 "바이러스가 큰 혈관에서 응고를 유발하고, 결국 심각한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옥슬리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가 치료한 50세 미만 뇌졸중 환자는 2주에 평균 0.73명꼴이었다"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젊은 뇌졸중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